민주당 '수박 색출' 비판하더니… '찬성파 색출' 나선 與 마녀사냥

입력
2024.12.17 16:40
탄핵 찬성 친한·비례 향한 인민재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자성
탄핵 반대파 득세에 소수 의견 봉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가결된 뒤 국민의힘에선 '탄핵 찬성파'를 향한 마녀사냥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비이재명계를 가리키는 멸칭) 색출' 소동을 비판해온 여당이 내로남불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15일 소속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향한 공격을 쏟아냈다. 한 친윤석열계(친윤계) 의원은 "자해정치를 하는 이재명과 민주당 부역자들은 덜어내자"라고 사실상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올렸다. 유영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쥐새끼", 이상휘 의원은 "이기주의자" 등의 표현을 써가며 찬성파를 비난했다. 탄핵에 찬성했던 한 초선 의원은 17일 한국일보에 "(친윤계가) 권위를 이용해 사실상 압박과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내란동조당'이 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찬성표 색출은 탄핵 가결 직후 의원총회 때부터 시작됐다. 한 중진 의원은 "한 사람씩 일어나서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친한동훈계, 비례대표를 겨냥해 인민재판을 열자는 식이다. 7일 표결 때부터 탄핵에 찬성한 김예지 의원을 향해 "탈당하라"는 분노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던 조경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의총장) 안에서 비난하고 큰소리쳤다"며 "탄핵에 찬성을 안 한 분들이 탄핵에 찬성했던 분을 징계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행태는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가 나오자 친명계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수박' 의원들을 찾아내겠다며 색출 작업에 혈안이 됐던 것을 줄곧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는 "개딸 홍위병들의 행태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유형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나아가 "이른바 민주당 수박 의원들은 민주당에서 그래도 공당의 전통을 지키고 원칙과 상식을 붙잡으려고 모진 애를 쓰고 있는 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앞서 7일 '표결 불참' 당론으로 첫 번째 탄핵안을 부결시켰던 것도 과거 국민의힘 논리와 달랐다. 역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강성 친명계가 집단 불참을 검토하자 여당은 "국회의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맹공했다. 당시 주장과 반대로 이번엔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 중진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탄핵은 막아야 한다"며 불참이라는 꼼수를 택했다.

배신자 색출에 혈안이 된 국민의힘에서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는 건 사실상 봉쇄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탄핵 반대파가 수습 국면 주도권을 잡으면서 상황은 악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 가결 직후 몇몇 의원이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는데, 지금은 많이 누그러진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탄핵보다 분열이 더 무섭다고 강조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화합하자고 호소했고 많은 의원이 그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