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 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했던 현역 군인 수십 명이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분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이 출동 인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계엄군 낙인에 신분 노출 우려, 처벌 대상에 놓일 것 등을 걱정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서는 이들에 대한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최근 계엄 당시 출동했던 모든 간부, 병사를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들 중 최소 수십 명은 특별 관리가 필요한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위험군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가능성이 높아 심리상담 등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인원들을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신원 노출을 꺼려 국방부가 제공하는 정신 상담 서비스를 꺼리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하는 인원이 수십 명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며 "본인들이 계엄군 참여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혼자서 견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는 위험군으로 분류된 장병들과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추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군을 거치지 않고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민간 심리 상담 지원 프로그램'(EAP)를 이메일 등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2020년 도입된 EAP는 군이 아닌 민간에서 상담을 진행하며 소속 부대와 같이 개인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아 익명성을 보장한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6일 계엄 당시 투입된 병력이 1,50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당시 대부분의 군인들은 국회 투입 전까지 작전 장소와 임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대원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고 극심한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특수부대 소속 인원들은 최강 정예부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터라 계엄 작전 참여로 인한 충격이 더 컸다. 특수부대원들 역시 계엄 작전을 겪으면서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는 이상현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육군 준장)이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였고,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육군 대령)도 전날 기자회견을 자처해 대원들의 고통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트라우마는 곧장 나타나지는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현되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위험군으로 분류된 군인들이 심리상담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신원이 노출되거나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안심시키는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