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입구는 경찰에서 '디귿(ㄷ) 자'로 설치한 바리케이드로 굳게 가로막혀 있었다. 형광색 경찰복을 입은 채 모자를 눌러쓴 경찰 2명이 입구를 지켰고 양옆으로 약 10m당 경찰관 1명씩 배치돼 헌재 건물을 둘러쌌다. 헌재 앞 인도엔 탄핵안 인용을 촉구하는 취지의 문구가 쓰인 화환과 '윤석열 대통령을 헌재가 지켜달라'는 내용의 화환이 죽 늘어서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국회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헌재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탄핵 심판 관련 첫 재판관 회의가 열리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전국비상시국회의'는 헌재 앞에서 3명이 충분히 거리를 두지 않은 채 시위를 진행하려다 현장 경찰에 제지당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에 따라 헌재 인근 100m 이내 집회는 금지돼 있다. 이들은 대신 법률상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1인 릴레이 시위'로 목소리를 냈다. 오전 11시쯤엔 현장을 지나던 차량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나라가 산으로 간다"면서 고성을 질러 경찰관이 중재에 나섰다. 불교계 단체인 '불력회'의 박종린 대표 등 교인들은 1인 시위 옆에서 탄핵 인용을 기원하며 헌재 쪽을 향해 108배를 했다.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도 헌재 앞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헌 탄핵으로부터 대통령을 사수하자'는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은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날 법조계 송년회 행사에 참석한 걸 두고 "사법부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장은 "탄핵 심판과 같은 국가적 중대 사안을 앞둔 엄중한 시기에 이러한 행위를 한 이유를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보수 단체는 앞으로 헌재에서 멀지 않은 종로구 일대에서 각각 집회를 열 예정이다. '윤석열즉각퇴진 비상행동'은 이날부터 매일 오후 6시 광화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촛불행동'은 오후 7시 보신각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예고했다. '전국시민안보단체' '엄마 부대' 등 보수 단체들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3호선 안국역 등을 집회 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날 엄마 부대 소속 회원 약 150명은 안국역 4번 출구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양측의 충돌 우려도 있어 경찰은 고정 인력 배치 등 경계 강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규모를 보고 경찰 병력을 얼마나 투입할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