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다량의 음료나 식사를 미리 결제하는 '선결제' 문화가 주목받는 가운데, 일부 매장이 배달 영업을 우선시하고 선결제 손님은 차별했다는 폭로가 잇따르며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선결제 받은 사업장들에 대한 씁쓸한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작성자 A씨는 "이 글은 선결제하신 분들이 아닌 (선결제를) 받은 사업장에 느꼈던 소감"이라며 "선결제해 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기 전 A씨는 여의도에서 선결제가 완료된 한 김밥집에 갔다고 한다. 그는 "내 앞에 이미 30명 정도가 서 있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배달 주문이 계속 들어왔다"며 "선결제 주문 건은 중간중간 배달 주문 때문에 계속 밀렸다"고 설명했다. A씨는 "45분 기다렸는데 앞에 5명밖에 안 빠졌더라. 선결제 손님이 거의 50명가량 기다리고 있는데 배달 주문은 잠깐 중지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기다리다 이러다가는 집회 끝날 때까지 못 먹겠다 싶어서 중간에 결국 탈출했다"고 전했다.
곧이어 선결제된 다른 매장에 방문하자 이번엔 주문을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매장을 가서 선결제해 주신 분 성함을 말하니까 '지금은 안 돼요'라고 말하고 뒷사람 주문을 받더라"며 "(선결제 물량이) 다 나갔다는 게 아니라 (주문이) 너무 몰려서 지금 안 된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장님도 바쁘신 건 알겠지만, 선결제도 고객이 주문한 건데 무료 배식해 주는 것마냥 굴지 않았으면 좋겠더라"고 씁쓸해했다.
엑스(X)에서도 불친절한 '선결제 매장' 후기가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10분간 한 명도 못 받아가고 계속 배달 상품만 빠지길래 그냥 다른 곳 갔다" "선입금 수량 다 나갔냐고 물었는데 직원이 '그런 건 너희가 세어야지 왜 우리한테 묻냐'고 하더라" 등 불만을 드러냈다. 해당 매장들은 X 등 온라인상에서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불친절 매장으로 찍힌 업체들은 포털사이트나 지도 앱 등에서 '평점 테러'도 받았다. 불친절 매장으로 알려진 국회 인근 한 김밥 매장은 카카오맵 리뷰 게재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불친절 매장으로 알려진 샌드위치 매장엔 1점대 평점이 이어졌다.
이에 일각에선 자칫 사실 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확산해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매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집회 장소 근처에 선결제 매장 현황을 알려주는 실시간 지도를 개발한 '시위도 밥먹고' 측은 이날 오전 X를 통해 "시간대에 따라, 알바생의 컨디션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발생한 '좋지 못한 경험'을 가진 소수의 불호평을 족족 게시해 가게와 인근 상권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에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대조적으로 선결제 물량을 소진하고도 기꺼이 음식과 음료를 내준 '착한 업체'들의 후기도 공유되고 있다. '시위도 밥먹고'는 X를 통해 "현재 선결제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매장 측 문제들을 인지했다"며 "분명 좋은 취지로 시작했으나, 일부 매장의 부당한 대처로 인해 지속성에 대한 회의적인 이야기가 오가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응대했던 매장과 소진된 후에도 자체적으로 추가 제공했던 매장, 혹은 사장님이 직접 선결제에 동참하셨던 매장의 리스트를 공개한다"며 매장에 대한 제보와 정정 요청을 받는다고 했다. 단체 측은 이날 오후 2시까지 약 50곳의 '친절 선결제 매장' 명단을 공유했다.
선결제 문화는 이번 탄핵 집회 시기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며 한국만의 새로운 집회 문화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는다. 개인 사정으로 집회 현장 참여가 어려운 시민도 선결제를 통해 집회 참가자들과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며 가수 아이유, 그룹 뉴진스 등 연예인들의 선결제 행렬도 이어졌다. '시위도 밥먹고' 측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총 198개 매장에서 552개의 선결제가 등록되고 5만4,299개의 물품이 판매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