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난제를 풀어 갈 우선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주목받고 있다. 탄핵 정국에 내수 부진의 골은 더 깊어졌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 재정 지출로 태세를 전환해 우리 경제의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5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를 내고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혼란스러웠던 외환·금융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지만, 실물 경제는 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는 등 정책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예산이 부족해 정부의 역점 정책 중 차질이 생긴 정책도 있다. 대표적인 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약 1조8,000억 원) 분담이다. 정부는 지난달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지중화 비용 절반 이상을 정부가 부담할 것"이라고 했지만, 야당의 단독 감액안이 통과하면서 무산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경이 기정사실화된 게 아니라 조심스럽다"면서도 "추경에 관련 예산을 포함하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추경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비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골목상권이나 서민경제 지원, 지역화폐 예산, 인공지능(AI) 예산, 전력 확보를 위한 기반 시설 투자 예산 등에 대해 추경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기재부 예산실은 추경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내년도 예산배정계획을 세우고 있고, 현 시점에서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비비나 검경의 특수활동비 등을 늘리기 위해 추경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 요건은 △전쟁 △대규모 자연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 변화가 발생했거나 그 우려가 있을 때로 규정하는데, 해당 요건에 부합할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예산배정계획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상반기 신속 집행 계획 발표도 서두르겠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도 추경 논의는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내년도 예산안이 4조1,000억 원 삭감된 만큼 다음 달에 증액안만큼 충분히 추경 가능하다"며 "추경 요건도 경제정책 불안정으로 인한 경기침체 대응 명목으로 충분히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성만 무리하게 주장하다가 세수도 줄고 경제 정책도 소극적이었는데 이런 방향을 벗어나려면 추경이 필수적"이라며 "지금부터 정부와 국회가 협의를 시작해야 적기에 추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