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돌입하면서 '조기 대선'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탄핵 가결 여파로 당장은 여권이 대혼돈에 빠져든 상황이지만, 잠룡들은 남은 시간 동안 전열을 가다듬어 대권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이재명 일극체제가 굳건한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 두꺼운 선수층에 희망을 거는 목소리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12일 공개한 여론조사(뉴스1 의뢰·10일 실시)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1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37%)였다. 여권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2위·7%) △홍준표 대구시장(4위·5%) △오세훈 서울시장·안철수 의원(공동 5위·4%) 순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가 압도적이지만 이르면 내년 4월로 점쳐지는 대선까지 여권 내 경쟁이 불붙으면 흥행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지지율이 가장 높은 건 여전히 한 대표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62.8%를 득표하며 당대표에 선출되면서 당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거론되는 대선 주자 가운데 유일하게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윤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빠른 상황 판단으로 계엄을 앞장서서 막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탄핵 국면에서 리더십 위기에 직면하면서 입지가 좁아질 위기에 처했다. 한 대표가 표결을 앞두고 입장을 계속 바꾸다가 직전에 '탄핵 찬성'을 주장하자 의원들이 등을 돌렸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란을 자백했다'는 표현을 쓴 순간부터 당대표가 아니라 검사 한동훈이었다"는 거센 반발도 쏟아져 나왔다. 결국 탄핵안이 가결돼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프레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고위원 총사퇴로 사실상 지도부가 와해되면서 한 대표 사퇴 및 제명을 촉구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 대표가 흔들리면서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선두에서 몸풀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탄핵 가결 직후 페이스북에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이제 시급한 일은 '사회·경제적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 시장은 임기가 2026년 6월까지라 아직 한참 남아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특히 당내 세력이 여전히 약하다. 게다가 계엄 직후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6일)라고 했다가 입장을 바꾸면서 혼선도 빚었다. 오 시장은 12일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당론으로 탄핵 찬성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을 번복했다. 2021년 서울시장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한 '명태균 리스크'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이후 대선 경쟁과정에서 재차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에서 세 차례 고배를 마신 홍준표 대구시장도 재도전할 전망이다. '한동훈 저격수'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홍 시장은 14일 페이스북에 "끝까지 추잡하게 군다면 쫓아내야 한다"며 "의원총회 의결로 한동훈 퇴출시키고 비대위 구성하라"고 적었다. 이어 15일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매몰돼 중도 확장성은 턱없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해온 안철수 의원은 이번 탄핵에 공개 찬성표를 던지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앞서 안 의원은 19, 20대 대선에 잇따라 출마했다. 다만 아직까진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지금은 전혀 생각한 바가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대선판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출마한다면 2022년 대선 승리 때처럼 자신의 지지층인 2030세대 남성 표심을 끌어올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다. 이 의원은 14일 JTBC 방송에 나와 '대선 출마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1985년 3월 31일생으로 만 39세인 이 의원은 만 40세가 돼야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그는 "내년 1월 말 이전에 탄핵 결과가 나오면 (대선에) 못 나가고, 2월에 탄핵 결과가 나오면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