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시간이 도래했다.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은 헌재가 좌우하게 됐다. 헌재 결정은 빠르면 내년 1월에 나올 전망이다.
15일 헌재와 국회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제출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뒤 전원재판부에 회부에 심리 절차에 착수했다. 사건번호는 '2024헌나8'이고, 사건명은 '대통령 윤석열 탄핵'이다.
첫 재판관 회의는 16일 오전에 소집된다. 회의에서 사건처리 일정을 논의한 뒤 변론준비절차에 회부할 방침이다. 주심 재판관과 수명 재판관 2명도 이날 정해진다. 주심 재판관은 헌재 배당 내규에 따라 무작위 전자배당을 통해 지정된다. 헌재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주심 재판관을 공개했던 만큼 이번에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수명 재판관은 본격 재판에 앞서 당사자들의 주장과 쟁점을 정리한다.
헌재는 헌법연구관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총력을 기울이겠단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헌법연구관 20명으로 구성된 TF를 꾸려 사건을 전담하도록 했다. 문형배 헌재 소장 대행도 사건 접수 직후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답변서 요구와 제출 등 일정한 서면 절차를 거친 뒤 공개 구두 변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헌재가 윤 대통령 측에 답변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 구두 변론은 헌재법 30조 3항에 따라 탄핵소추위원인 국회 법사위원장과 탄핵소추된 공직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해야 하지만, 대리인이 출석할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법적 다툼을 예고했기 때문에 직접 출석해 변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 전문가들은 헌재가 빠르면 2개월 내에 심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결정까지 각각 91일, 63일이 소요됐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혐의는 국회 증언과 수사기관 진술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사실 관계가 드러났다"며 "아무리 길어도 두 달, 정말 빠르면 4주 내지 5주 내에도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대 전 헌재 재판관도 "국회에 출석한 증인들 진술이 모두 공문서라서 헌재가 따로 조사할 필요 없이 바로 증거로 쓸 수 있다"며 "심리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 측이 '헌재법 51조'를 들어 탄핵심판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조항은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형사재판을 받던 손준성 검사장도 이 규정을 들어 자신의 탄핵심판 절차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다른 탄핵 사건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노 변호사는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의 대행체제는 오랜 기간 지속되면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헌재가 51조를 이유로 심판을 중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도중 수사기관에서 구속된다면 헌재 선고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대학 교수는 "변론기일에는 대리인만 출석해도 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구속돼도 재판 진행에는 큰 문제는 없다"며 "다만 구속 상태에선 탄핵심판보다 수사 대응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서 재판 일정이 일시 중단되거나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