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간첩, 저를 중범죄자로 몰아가"... 尹 계엄 정당화 7000자 궤변

입력
2024.12.12 13:40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12·3 불법계엄 사태’와 관련해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탄핵을 하든 수사를 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계엄 사태의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돌렸다. 윤 대통령은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 입법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것이 국정 마비요,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고 강변했다.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 강제수사를 앞두고 불법계엄 사태의 정당성을 극렬 지지층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사전 녹화된 대국민담화에서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고 말했다. 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자신의 거취를 국민의힘에 일임한 지 닷새 만에 모든 책임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야당에 돌리기 위한 7,000자 분량의 변명의 시작이었다.


'이재명=범죄자, 민주당=간첩' '선관위=부정선거'라는 대통령의 사고 드러났다

야당의 탄핵 집회와 공직자 탄핵을 ‘대선 불복’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무려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 탄핵 집회가 임기 초부터 열렸다”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등을 27번 발의된 특검법안을 “정치 선동 공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를 “범죄자”라며 민주당을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라고 지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야당의 국회 활동을 간첩 행위로 규정했다. 뜬금없이 중국인의 간첩 행위 사례를 들어 “외국인 간첩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거나, 지난 정부의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박탈 등을 언급하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을 잡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민주노총의 간첩 사건에 야당이 동조하고 있다면서 내년도 예산 삭감을 언급했다. 그리고는 “대한민국을 간첩 천국, 마약 소굴, 조폭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이라고 강변했다.


'변론 요지서 같은 담화' 선관위 국회 군병력 투입 정당화

그다음은 자신을 향하는 탄핵, 수사에 대한 변론이었다. 우선 최근 북한의 해킹 공격 당시 선관위가 시스템 점검을 거부했다며 “그러다가 선관위의 대규모 채용 부정 사건이 터져 감사와 수사를 받게 되자 국정원의 점검을 받겠다고 한발 물러섰다”고 주장했다. 극단적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주장을 강하게 믿고 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국회 점거와 관련해서도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와 선관위에 무장 군인을 출동시킨 것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국회 출입을 막지 않았고, 계엄 해제 안건 심의가 진행된 것을 언급하며 절차에 따랐다는 해명도 내놨다.


후유증 상당할 듯... 극렬 지지층 향한 호소 "날 끌어내려 한다"

비상계엄 선포 이유는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계엄 선포 후 정국이 혼란인 상황에서 야당이 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보류한 것을 두고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는 터무니없는 스스로의 평가를 내놨다.

자신을 옹호할 세력에 대한 메시지도 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지금 야당은 저를 중범죄자로 몰면서, 당장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며 “만일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