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만에 또다시 '수장 공백'... 행안부 "업무 공백은 없을 것"

입력
2024.12.09 20:00
장관 사퇴 이튿날... 행안부 '뒤숭숭'
"제일 큰 문제는 예측 불가한 정국"

12ㆍ3 비상계엄 여파로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은 행정안전부에서는 9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고기동 장관 직무대행이 전날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이날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일어난 선박 사고에도 신속하게 대처하는 등 노련하게 움직였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이날 점심시간, 기획재정부와 함께 행안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의 15층 구내 식당은 평소보다 많은 직원들로 붐볐다. 평소 12시 20분쯤엔 줄을 서지 않고도 배식 받을 수 있었지만, 이날 배식 줄은 12시 40분까지도 이어졌다. 한 직원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지키자니 점심 때 밖으로 나가는 게 부담이 됐다”며 “모두가 비슷한 생각인지 오늘은 배식 줄이 길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전날 사퇴하고, 이날 오전 그의 이임사가 내부 망에 올라왔다.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의 이임사에서 그는 "이제 행안부 장관의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장관에 대해 윤 대통령과 불법 계엄을 사전 모의하고 옹호한 혐의가 있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지 하루 만에 내놓은 결정이었다.

12층도 썰렁했다. 장관실을 비롯, 차관실, 재난안전관리본부장실, 차관보 등 실장급 간부들의 방이 모인 곳이다. 한 직원은 “계엄사태 이후로 대부분의 간부들이 서울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며 “간부들이 국회 상황에 맞춰 대응하느라 더 사무실을 비워서 그런지 보통 어수선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직원들은 대체로 덤덤했다. 장관 공석 상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탓이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재작년 10ㆍ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7월까지 5개월 동안 직무가 정지된 바 있다. 당시엔 한창섭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했다. 국장급 간부는 “최근에도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부처가 운영된 적이 있고, 그 덕분에 큰 충격이나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비롯된 혼돈의 정국이 언제 안정될지 알 수 없고, 차관급의 장관 직무대행으로는 원활한 부처 업무 추진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예측 불가한 상황이 제일 힘든 대목”이라며 “수장 공백은 있어도 업무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