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3국에 이민자 추방 계획… 바하마 "단호 거부"

입력
2024.12.06 08:18
'추방 대상지' 카리브해 국가 거론
'고율 관세' 등 경제 압박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2기 행정부에서 미국 내 불법 이민자를 카리브해 연안 국가로 추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하마 정부가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이주민 추방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밝히면서 계획 세부 내용이 알려진 것이다. 바하마 정부는 요구를 거부했지만 향후 '잠정적 추방 대상국'을 겨냥한 트럼프 측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필립 데이비스 바하마 총리실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최근 (미국 내) 이주민을 추방하는 항공편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문의했다"고 밝혔다. 2024 미국 대선 기간 '불법 이주민 추방'을 공약했던 트럼프 당선자 측이 바하마에 "미국 이주민을 받아달라"고 요청해왔다는 얘기였다. 다만 데이비스 총리는 자국 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이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경제·외교적 압력" 가능성

바하마뿐이 아니다. 미국 NBC방송은 이날 터스크 케이커스와 그레나다 등 카리브해 연안 국가와 중미 국가인 파나마가 트럼프 인수팀 내에서 '추방지'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터스크 케이커스와 파나마 정부는 트럼프 측 요청을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인수팀이 제3국에 '이주민 추방 승인'을 압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NBC는 "트럼프 인수팀이 이민자 추방 동의를 얻기 위해 각국에 어떤 종류의 경제·외교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2기 집권 후 고율 관세 부과 위협 등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 집권 당시에도 미국 내 이주민을 제3국으로 추방한 적이 있다.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가 과테말라에 머물며 미국 망명 신청 절차를 치르도록 하는 협정을 2019년 과테말라 정부와 맺었다. 당시 과테말라 정부는 난색을 보였지만 트럼프는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압박해 결국 협정을 끌어냈다. 이후 미국 텍사스주(州) 등에 있던 망명 신청자들이 과테말라로 추방됐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