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못 박았다. 친윤석열(친윤)계뿐만 아니라 친한동훈(친한)계도 뜻을 모았다. 서로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범죄자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는 없다"는 목적을 명확히 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국민적 공분과 근본적 수습책에 대한 고민 없이 집권세력의 안위에만 신경 쓰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로서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이번 탄핵은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108명 의원 총의를 모아 반드시 부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속내는 뻔하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민주당에 면죄부를 주고, 정권을 통째로 넘기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선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단 얘기다.
친윤계는 앞다퉈 '윤비어천가'를 불렀다.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알리려 노력하지 못해서 계엄이라고 하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김민전 최고위원), "(윤 대통령은) 200명 이상 정상을 만나고 회사 판매원처럼 일했다"(인요한 최고위원)는 식이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해법이 우리에게 무슨 득이 되느냐"며 "지금 당장 선거가 있는 것도 아니잖느냐"고 안이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자성을 촉구하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초·재선인 김재섭 김예지 김상욱 김소희 우재준 의원은 임기단축 개헌과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어떤 명분을 갖고 온다 하더라도 이번 비상계엄을 합리화하지 못한다"며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당 주류의 입장과 달리 탄핵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재섭 의원은 "(탄핵 찬성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고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야권은 7일 오후 7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한다.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찬성이면 가결된다. 108석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탄핵 찬성표를 던져도 부담이 덜하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계엄에 대한 문제의식이 의원들 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무기명 표결이라 가결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원 자율에 표결을 맡겼다. 그 결과 예상을 훨씬 웃도는 234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본회의 보이콧' 꼼수를 쓸 개연성도 크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투표 방법은 당일에 알려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원내 관계자는 "본회의 불참도 생각하고 있는 카드"라고 설명했다.
탄핵은 출석의원이 아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단체로 표결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부결된다. 다만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의원은 통화에서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각각 헌법기관의 투표권을 뺏겠다는 것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비상계엄도 버거운데 꼼수 부결이라니, 국민적 비난을 어떻게 감수하려고 하나"라고 가세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4일 조사·그 밖의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탄핵 찬성 응답은 73.6%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