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소추안 표결이 4일 이뤄진다. 탄핵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이 현 정권에 유리한 '정치 감사'로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 근거가 부족하다며 "전 정권의 국기문란 범죄행위를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발의해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최 원장 탄핵소추안에는 크게 4가지 탄핵 사유가 담겼다. 민주당은 최 원장이 △직무상 독립 지위 부정 △표적감사 △감사원장으로서의 각종 의무 위반 △국회에서의 자료 제출 거부 등 사유로 헌법·감사원법·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기관의 독립성을 부정하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표적 감사'를 진행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최 원장이 2022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해 독립 지위에 어긋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으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를 통해 전 정권을 겨눴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연관된 의혹은 '봐주기 감사'로 감사원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저 이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이태원 참사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 의혹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허위공문서 작성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회가 10월 법사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했다는 점도 꼽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 사유에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야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 감사 결과를 '정치 감사'로 규정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는 최 원장 재직 전에 처리가 끝났다며 "탄핵 사유 없는 탄핵안이 또 탄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최 원장 탄핵에는 문 정부의 사드 기밀 유출, 부동산 통계 조작, 북한 최전방 감시초소(GP) 불능화 부실 검증 등 사건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감사원장 탄핵은 전임 정권의 온갖 국기문란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특히 탄핵 추진에는 민주당이 입맛대로 감사원을 쥐고 흔들려는 목적이 깔려있다고 지적한다. 최 원장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면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은석·김인회 감사위원이 차례로 권한 대행을 맡는다. 야당이 최 원장 탄핵은 물론이고, 검사 탄핵에 반발한 검사들을 상대로 이날 감사요구안을 의결한 상황에서 해당 감사도 원장 대행 체제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주진우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이나 감사원같이 가장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할 기관을 정쟁의 한복판에 밀어 넣는 것"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