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헌터 사면 않겠다던 바이든, 임기 한 달 남기고 전격 사면

입력
2024.12.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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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아들이라고 단죄... 정치가 정의 해쳐"
헌터와 악연 트럼프 "정의 남용이자 훼손" 비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법 총기 소지와 탈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차남 헌터 바이든을 1일(현지시간) 사면했다.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부당하게 심한 대우를 받았다며 퇴임 한 달여를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이번 사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철회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자는 "사법권 남용"이라며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헌터는) 단지 내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죄됐다"며 "아버지이자 대통령으로서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으로서 수사 중단이나 기소 기각을 지시할 권한이 있었지만 이 사안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유죄 판단이 나올 경우 재판 결과를 수용하고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도 공언했다. 대선 직후인 지난달 7일 백악관은 헌터 사면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친(親)트럼프 공화당 의원들이 헌터를 다음 임기에서도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면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의 혐의는 정치적 반대자들이 날 공격하고 선거에 반대하도록 선동한 뒤 이뤄졌다"고 사면을 정당화했다. 그러면서 "난 사법 시스템을 믿지만 날것의 정치가 이 과정을 오염시켜 정의를 해쳤다고 생각한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면에는 헌터와 관련해 2014년 1월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발생한 모든 잠재적 연방 범죄까지 포함했다.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재직 관련 이해충돌 의혹 등도 사면된 것이다. 헌터는 "내가 받은 사면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재건한 내 삶을 여전히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데 헌신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앞서 헌터는 2018년 10월 델라웨어주 한 총기상점에서 마약 중독 이력을 숨기고 총기를 구매하고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 11일간 불법으로 총기를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검찰과 유죄 인정 후 형량 협상을 통해 재판 없는 벌금형에 합의했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정식 재판이 열렸다. 배심원단은 총기 불법 관련 3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평결했다. 이와 별도로 140만 달러(약 19억6,000만 원) 상당 탈세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으며, 유죄를 인정했다. 오는 12일과 16일 형량 결정을 위한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성명을 내 "헌터에게 내린 사면에 현재 수년째 수감 중인 '1·6 인질'(의회폭동 사태 수감자)도 포함되냐"며 "정의 남용이자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 재임 시기였던 2019년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헌터를 포함해 바이든 부자를 조사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탄핵소추를 당했고 이듬해 2월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된 적이 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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