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인 KIA의 광주·썰렁한 배드민턴의 밀양... 조직관리가 가른 축제의 명암

입력
2024.12.01 15:49
19면
KIA 지난달 30일 우승 카퍼레이드
추위에도 광주 시민 1만여 명 운집
밀양서 열린 배드민턴 포상식엔
'금메달 리스트' 안세영 불참

축제 현장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35년 만에 프로야구 우승 카퍼레이드가 펼쳐진 광주 시내에는 1만여 명의 팬들이 몰린 반면, 배드민턴 1년 농사를 치하하기 위해 경남 밀양에서 열린 포상식은 주인공 안세영(삼성생명)이 빠진 채 치러졌다.

2024 프로야구 통합우승을 일궈낸 KIA 선수단은 지난달 30일 오픈형 버스에 올라타 광주 금남로 5가부터 5∙18민주광장까지 1.2㎞를 이동했다.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10월 28일 이후 한 달 넘은 시간이 지났지만, 광주 시민들은 1983∙89년 이후 세 번째로 열린 우승 카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운집했다. 이들은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환호했고, KIA 선수단은 예상보다 많은 인파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카퍼레이드를 마무리하고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이동한 선수단은 5,000여 명의 팬들과 올 시즌 하이라이트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한국시리즈 응원가를 ‘떼창’했다. 특히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김도영은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 분장을 하고 일본 가요 ‘푸른 산호초’를 열창해 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범호 감독은 “날씨가 쌀쌀해져 걱정했는데 많은 광주 시민이 직접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내년에도 최선을 다해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팬들께 약속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함성과 환호로 가득 찼던 축제의 밑바탕에는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한 구단의 조직관리 능력이 깔려 있다. KIA는 올 시즌 김종국 전 감독이 금품수수 혐의를 받으며 경질되는 악재를 겪었다. 구단은 즉각 수습에 나섰다. 1981년생인 이범호 당시 코치를 과감하게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결국 이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십분 발휘해 7년 만의 V12를 일궈냈다. 앞서 KIA 구단은 직전 해에도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던 장정석 전 단장을 재빨리 해임하고 심재학 단장을 선임한 바 있다.

반면 같은 날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밀양 아리나호텔에서 개최한 2024 파리 올림픽 포상식에는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불참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는 이날 무대에 올라 1억 원의 포상금을 직접 수령해야 했지만,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이 제자의 포상을 대신 받았다.

안세영은 개인사정을 이유로 포상식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같은 날 경기 용인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 부산 BNK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올림픽 금메달 수확 직후 협회의 비효율적 운영∙부상 관리 미흡 등 ‘작심 발언’을 했던 안세영이 여전히 협회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택규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사무 검사 결과 보조금법을 위반해 셔틀콕 등 후원물품을 부당하게 배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에는 경찰이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김빠진 축제’는 협회와 김 회장이 자초한 결과물인 셈이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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