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들이 줄줄이 청소년 보호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있다.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각국이 규제 강화에 나서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틱톡은 조만간 '뷰티 필터' 기능에 연령 제한을 두어 세계 각국 18세 미만 이용자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뷰티 필터는 영상을 찍을 때 매끄러운 피부, 긴 속눈썹, 날씬한 얼굴형 등의 미용 효과를 적용하는 기능으로 청소년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기능을 쓰는 10대들이 완벽한 외모를 갖지 못했다는 불안감이나 자존감 저하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틱톡은 13세 미만 사용자를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도 개선한다. 현재 틱톡은 13세 미만이 가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짜 생년월일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적발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틱톡은 현재도 최소 연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계정 600만 개를 매년 삭제 중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분주하다. 메타는 내년 1월부터 한국에서도 청소년 안전을 위한 '10대 계정(Teen Accounts)'을 도입한다. 18세 미만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부모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9월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 4개국에서 선보였던 서비스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모가 자녀 계정을 보고 누구와 채팅을 주고받는지, SNS 사용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구글의 유튜브도 올해 9월부터 자녀 보호 서비스인 '유튜브 가족 센터' 기능을 추가·정비했다. 부모가 10대 초반 자녀의 시청 기록을 확인하고 특정 콘텐츠 시청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을 넘어 부모가 자녀 운영 채널을 함께 관리·감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청소년이 새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라이브스트리밍을 하면 부모 계정에 알림을 보낸다.
빅테크의 이런 조치는 전 세계적인 청소년 SNS 사용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는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내년 1월부터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16세 미만을 SNS 계정에 접속하도록 방조하는 플랫폼은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50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영국은 아동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는 플랫폼 기업에 최대 1,800만 파운드(약 322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온라인안전법'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미국 플로리다주도 14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논의 시작 단계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정보보호법 개정안,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 가입을 거부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다만 10대들이 SNS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현재도 가짜 신분을 이용하면 연령 확인이 쉽지 않은 데다가 모든 플랫폼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SNS의 중독을 유발하는 '좋아요' 버튼과 맞춤형 콘텐츠·광고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근본적인 설계 변경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앱스토어 단계에서 청소년 연령에 맞는 앱을 내려받는지 확인하는 등 다층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