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체로부터 추심 협박에 시달리던 A씨. 그는 최근 사채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준다는 '사채 솔루션' 광고를 보고 업체에 연락했다. 수수료를 내고 서비스를 받기로 했지만, 업체는 아무런 해법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사채업자에게 이자를 전액 지불해야만 했다.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A씨가 "도움이 안 되었으니 수수료를 못 내겠다"는 뜻을 밝히자, 사채 솔루션 업체의 태도가 돌변했다. "당장 입금하지 않으면 사채업자에게 연락하겠다"며 협박을 시작한 것이다.
B씨도 사채 솔루션 업체에 당한 피해자다. 300만 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도움을 받고자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 솔루션 업체는 사채업자들이 법정 이율을 초과해서 뜯어낸 부당이득금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기는커녕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의정부지검은 피해자들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뜯은 일당 3명을 올해 8월 재판에 넘겼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가 늘면서 '사채 솔루션'이라는 불법 사채 후방산업도 덩달아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사채 피해자들에게 "높은 이율와 가혹한 추심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며 접근해 수수료를 챙긴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해 피해자의 경제적 부담을 키우는가 하면, 심한 경우 수수료를 받고 잠적하거나 더 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기도 한다.
사채 솔루션 업체는 홈페이지에 금융감독원과 법무부 등 정부기관 로고와 링크를 걸어, 스스로를 공신력 있는 업체인 것처럼 꾸미기도 한다. 광역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OO도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와 비슷하게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하기도 한다. 실제 포털사이트를 찾아보면 '피해구제연구소'나 '피해회복센터'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업체들은 불법 영업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을 약속받고 법률 상담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피해자들이 솔루션 업체를 만나게 되는 주요 플랫폼은 포털 광고와 오픈채팅방이다. "사채업체와 협상해 원금만 갚게 해준다"거나 "원금 납부 기한을 늘려주겠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피해자 편이라고 행세하는 일부 솔루션 업체들은 사채업자들과 손을 잡기도 한다. 피해자들이 어렵게 추가로 마련한 수수료를 서로 나눠먹기 하는 것이다. 노희정 경기도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팀장은 "솔루션 업체와 사채업자들이 커넥션을 형성한 사례도 많다"며 "사채업자 입장에선 그간 이자를 받았고, 남은 금액에선 원금을 돌려받기만 해도 이득이라 솔루션 업체의 주장을 들어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법적 효력도 없는 이런 '브로커 거래'에선 각종 부작용이 양산된다. 솔루션 업체들은 보통 전체 대출금의 20%를 요구하거나 100만 원이 넘는 고액을 수수료로 요구하는데, 돈을 받고 잠적해도 추적은 쉽지 않다. 사채 피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선 "고발장 접수 등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업체에 속아 600만 원 넘게 썼다"며 "수수료 사용 내역을 요구하자 허술하게 포토샵으로 조작한 내역을 보여주고선 결국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더 나아가 솔루션 업체가 피해자를 협박까지 한다. 최승록 금감원 불법사금융대응팀장은 "업체가 요구하는 금액을 피해자가 내지 못하면 협박이 시작된다"며 "돈을 주지 않으면 빚을 원상태로 만들겠다거나, 사채업자에게 연락해서 추심을 시작하겠다고 협박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솔루션 업체를 이용한 C씨는 30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납부하지 못했는데, 이후 업체는 마치 불법 추심처럼 C씨와 가족들에게 연락해 입금을 독촉했다.
전문가들은 사채업자의 불법 추심으로 인한 '1차 피해' 못지않게 이런 솔루션 업체의 횡포에 따른 '2차 피해' 역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실질적 도움을 약속하지 못하면서 피해자의 상황을 악용하는 업체는 일종의 사기와 기망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솔루션 업체의 위험성을 알리고,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