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모델이 된 스코틀랜드 의사

입력
2024.12.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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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조셉 벨


의료 진단 장비가 거의 없던 19세기 의사들이 주로 의존한 진찰법은 질문(문진)과 관찰이었다. 에든버러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탐정 홈스의 주요 추리 기법도 그래서 관찰-추론이었다.

그에겐 걸출한 스승 조셉 벨(Joseph Bell, 1837.12.2~1911.10.4)이 있었다. 벨은 빅토리아여왕이 스코틀랜드를 방문할 때마다 주치의처럼 찾곤 했을 만큼 유능한 의사였다. 다수의 의학서적을 출간하고 대학서 강의도 했던 그는 늘 제자들에게 환자의 직업과 최근 행적 정도는 관찰을 통해 추론할 수 있도록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임상 과정에서 실제로 시범을 보이곤 했다고 한다.

1876년 에든버러 의대에 입학한 도일은 81년 졸업할 때까지 벨의 제자였고, 77년부터는 에든버러 왕립병원에서 그의 조수로도 일했다. 제자들 앞에서 벨이 한 환자를 관찰한 뒤 그가 하이랜드 연대에 복무하다 최근 제대한 군인이며 서인도제도 바베이도스에 주둔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벨은 “그 신사는 군대 관습이 아직 남아 실내에서 모자를 벗지 않았고 하이랜드인 특유의 권위적 분위기를 풍겼다. 그가 앓고 있던 상피증(elephantiasis)은 주로 서인도제도에서 기생충 감염으로 발병하는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코난 도일은 훗날 단편 ‘그리스어 통역관’에 저 에피소드를 거의 그대로 인용했고, 홈스의 모델이 조셉 벨이란 사실을 자서전과 편지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혔다. 2000년 BBC 드라마 시리즈 ‘Murder Rooms: The Dark Beginnings of Sherlock Holmes’에서 홈스는 벨의 ‘왓슨’ 같은 역으로 등장한다.

일부 의학계는 과학적 의료 분석 진단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벨식의 고전적이고도 예술적인 관찰-문진 추론 기법이 점점 사라지는 데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모양이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