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의 '맥베스' 연출한 양정웅 연출가가 '삼양라면 뮤지컬' 하러 소극장에 간 이유

입력
2024.11.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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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 세실 '창작ing' 뮤지컬 '면면면'
12월 1~16일 공연...230석 규모 소공연
스타 연출가지만 창작 지원사업으로 뮤지컬 신작 도전
"창작 지원책, 나이·세대로 나누지 말았으면"

"심사위원들이 '당신 같은 사람이 여기 오면 되냐'고 하긴 했죠. 하지만 창작 뮤지컬 투자 유치가 어려운 것은 기성 연출가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콘텐츠 만들기에 도전하는 데 신진과 기성을 구분해야 할까요."

국립정동극장이 시범 공연 단계를 거친 작품을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재공연할 수 있도록 직·간접 지원하는 '창작ing'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뮤지컬 '면면면'을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 창작진 목록엔 뜻밖의 이름이 눈에 띈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양정웅(56) 연출가다. 양 연출가는 '변호인' '강철비' 등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면면면'을 준비 중이다. 12월 1~16일 리딩 공연(대본을 낭독하며 연기하는 공연)으로 230석 규모의 국립정동극장 세실에 올린다. 전작이 1,200석 규모 대극장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전석 매진된 황정민 주연의 '맥베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양 연출가는 지난해 박해수가 주연한 화제의 연극 '파우스트'를 연출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총연출 등 굵직한 국가 행사까지 섭렵한 스타 연출가다. 다음 달 13일 시작하는 서울시 겨울 축제 서울윈터페스타 총감독도 맡았다.

최근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난 양 연출가는 "젊은 마니아 관객뿐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를 만한 창작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서 양우석 감독에게 먼저 제안했다"며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단계를 밝아 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면면면'을 리딩 공연으로 선보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면면면’은 한국 최초로 라면을 개발한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삶을 팩션으로 만든 작품.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배고픔과 싸워낸 시절의 서울을 배경 삼아 민족의 삶을 그려낸다. 음악은 박천휘 작곡가가 맡았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 공연예술창작산실로 선정돼 쇼케이스 형식으로 한 차례 소개됐다.

"'파우스트' '맥베스'로 관객 개발 경험"

1990년대 후반 극단 '여행자'를 만들고 연극 연출을 시작한 양 연출가는 오페라와 국가 행사, 영화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양 연출가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정점 대비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인 만큼 여전히 활력 넘치는 공연계에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공연이 해외에서 주목할 다음 K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우스트'나 '맥베스'만 해도 이전엔 공연장을 찾지 않던 관객이 대거 늘어난 이례적 사례였다"며 "라면이라는 친숙한 소재가 관객 확장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해외 원작을 한국 창작 뮤지컬로 만드는 게 패턴화된 상황에서 'K푸드'인 라면은 확실한 한국적 콘텐츠라는 점에서도 끌렸다"고 덧붙였다.

양 연출가는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소극장 공연을 준비하는 요즘 창작 지원 사업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 그는 "영화계가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돼 지금의 영광을 얻었듯 뮤지컬 창작층이 두터워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지원 프로그램이 청년층에 집중돼 있는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창작 뮤지컬의 경쟁력이 아직은 해외 라이선스 작품에 비해 부족하니 누구든 투자받기는 어려워요. 청년층 지원이 늘다 보니 창작력이 왕성한 기성 창작자는 설 자리가 좁아지고 예술가 집단을 편가르기하는 듯한 인상도 받습니다. 나이나 세대 같은 걸 가리지 말고 지원한다면 좀 더 확실한 책임감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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