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전문가가 꼽은 한국 금융 시스템의 주요 리스크로 새로 부상했다. '가장 우려되는 위험 요소'로는 여전히 '가계부채'가 꼽혔다.
한국은행은 21일 '2024년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발표하고,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 부담 증가'가 국내외 경제·금융전문가들이 1순위로 가장 많이 꼽은 위험 요소라고 밝혔다. 가계부채의 1순위 응답빈도수는 26.9%였다. 1순위 위험 요소로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것은 '미 대선 이후 정책 변화'(20.5%)였다.
단순 응답 빈도수를 기준으로 나열해도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 부담 증가'(61.5%) 답변이 가장 많았다. 2~6순위로는 지난해 하반기 조사 때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위험 요소가 떠올랐다. '미 대선 이후 정책 변화'(56.4%),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한 국내 경기 부진'(51.3%),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39.7%),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 등 주요국 자국우선주의 산업정책 강화'(39.7%), '자영업자 부실 확대'(34.6%)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1년 이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 요소로 '미 대선 후 정책 변화', '국내 경기 부진', '자영업자 부실 확대'를 꼽았다.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력이 크면서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인구구조 변화', '미 대선 이후 정책 변화', '주요국 자국우선주의 산업정책 강화'를 선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조사보다 대외 요인이 향후 금융 시스템 취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부각됐다. 특히 미국의 정책 변화 및 자국우선주의 확산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위험 요소가 현실화할 가능성 자체는 지난해보다 낮게 봤다. '1년 이내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20.8%에서 15.4%로 줄었다. '1~3년 내 충격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도 1년 전 44.2%에서 34.6%로 줄었다. '한국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대해 높은 믿음이 있다'는 응답이 지난해 40.3%에서 50%로 느는 등 한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상승했다.
금융 시스템 안정성 제고 방안으로는 △가계부채 축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한계기업 구조조정 △감독당국과 정부, 금융회사 간 원활한 소통, 금융정책의 일관성, 유연한 대처 등을 제시했다. 이번 조사는 금융기관, 연구소, 대학, 해외 투자은행(IB) 등에 재직 중인 금융·경제전문가 7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