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와 신태용호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6차전까지 결과가 나온 가운데 홍명보호는 B조 최하위 팔레스타인에 연이어 비기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반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사상 처음으로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압해 88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에 가까워졌다. 북한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0승'에 묶여 조기 탈락 위기에 놓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 6차전에서 전반 선제골을 내주고 손흥민(토트넘)의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우리 진영에서 백패스를 하다 팔레스타인 공격수들에게 공을 뺏기면서 실점했다. 손흥민은 동점골로 만회한 뒤 후반까지 상대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시 맞붙은 상대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전술의 실패라는 비판도 따른다.
한국은 6경기 무패(4승 2무·승점 14)로 B조 1위를 유지했으나 2위 이라크(승점 11)의 맹추격을 받게 됐다. 팔레스타인에 승리했다면 승점 5점까지 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오만과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를 물리친 4연승 행진이 힘을 잃게 된 것이다. 내년 3월 홈에서 열리는 오만, 요르단과 7, 8차전을 전승해야 하는 부담만 커졌다. 홍 감독은 경기 후 "득점 루트가 다양해진 건 다행이지만 결정력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라는 말을 또 반복했다.
승리가 없어 '경질설'까지 나돌던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은 기사회생했다. 신태용호는 3차 예선에서 첫 승리가 간절했는데, 마르셀리노 페르디난의 멀티골로 중동의 강호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2-0로 완파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인도네시아가 59위 사우디를 꺾은 대이변을 만들었고,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경질 이후 선임된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이끈 사우디는 첫 승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승리로 C조 중위권에 껑충 뛰어올랐다. 조 1위 일본(승점 16)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2위 호주(승점 7)에 이어 3위(승점 6)에 자리했다. 호주와 승점 차도 1점에 불과해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쐈다. 사우디는 승점 3으로 인도네시아와 같지만 다득점에서 인도네시아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신 감독은 최근 중국과 일본에 연이어 패해 최근 경질설까지 돌았으나, 이를 잠재우며 1938년 이후 88년 만에 월드컵 본선을 향해 돌진할 예정이다.
북한은 조기 탈락 위기에 놓였다. 우즈베키스탄과 A조 6차전을 치른 북한은 0-1로 뒤지던 후반 40분 페널티킥을 얻어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키커로 나선 정일관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히면서 동점골이 무산됐다. 심지어 당시 핸드볼 파울로 우즈베키스탄 수비수 우마르 에시무라도프는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수적 우위 속에도 북한은 득점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2무 4패(승점 2)로 단 1승도 없이 조 최하위로 떨어지면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4년 만의 본선 진출 도전에 먹구름이 끼었다. A조는 이란(승점 16)이 선두를 지켰고, 우즈베키스탄이 2위(승점 13), 아랍에미리트(UEA)가 3위(승점 10), 카타르가 4위(승점 7)에 자리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UAE는 아시안컵 2연패를 자랑하는 카타르를 상대로 5-0 완파, 2연승을 달렸다.
한편 3차 예선은 6개 팀씩 3개 조로 나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조 1, 2위는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3, 4위는 4차 예선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