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중독자들만 골라 사실상 전문 '프로포폴 숍'을 운영하면서 반년간 15억 원을 챙긴 '마약 병원' 관계자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중독자들의 난동을 막기 위해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부장검사)은 서울 성동구 소재 A병원 의사 서모(64)씨와 병원 개설자 이모(73)씨, 상담실장 장모(28)씨 등 7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을 포함해 병원 관계자 8명과 프로포폴 중독자 등 31명을 재판에 넘겼다. 도주한 총책 윤모씨는 추적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A병원에서 총 417차례에 걸쳐 약 14억5,800만 원 상당의 프로포폴과 전신마취제 일종인 에토미데이트를 중독자들에게 주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병원 내 '피부관리실'을 전용 공간으로 활용, 불법 프로포폴을 판매·투약했다. 중독자들이 결제한 액수만큼 투약량을 결정하고, 면허 없는 간호조무사들이 주사를 놓는 식이었다. 결제 금액이 커지면 총량 제한 없이 투약해 하루에 1,860만 원어치 프로포폴을 투약하거나, 10시간 24분 동안 계속 프로포폴을 맞은 중독자도 있었다.
총책 윤씨는 병원 설립자와 의사 등을 모두 포섭해 과거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강남 B성형외과 출신 상담실장 장씨와 간호조무사 등을 영입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장씨는 프로포폴 중독자 명단을 작성한 후 "A병원을 이용하면 불필요한 시술 없이 한 곳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며 꼬드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중독자들이 '피부관리실'을 이용할 때마다 회당 10만 원씩 수수료를 챙기고, 프로포폴을 의료목적으로 처방·투약한 것처럼 총 873차례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허위 보고했다. 자금관리책이자 조직폭력배 김모(38)씨는 중독자 난동에 대비해 병원에 상주하며 중독자들을 관리·통제했다.
김보성 부장검사는 "오남용이 문제 된 병원들은 피부과 시술이나 가벼운 성형수술 등 외관적으로는 최소한의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아무런 시술조차 없이 프로포폴만 한 것은 사실상 의료기관에서 마약장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무제한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해주는 병원이 있다"는 범죄정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 서울 주요 병원 주변을 직접 탐문한 끝에 결국 6월 A병원을 특정할 수 있었다. 검찰은 계속 잠복근무와 동시에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병원에 오가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다가 결국 불법 프로포폴 투약 시점에 현장을 급습, 증거물을 확보하고 상담실장 장씨 등 4명을 검거했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 수사 경과를 설명하면서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검찰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전액 삭감이 이런 현장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경비는 수사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실경비를 충당하는 데 쓰이는 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제때 소명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5년도 특경비 약 507억 원 전액을 삭감했다.
김 부장검사는 "마약 사건의 경우 현장 출장이나 잠복근무, 압수수색이 다른 일반적인 사건에 비해서 월등하게 많고 수시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특경비가 많이 사용된다"면서 "특경비가 삭감되면 수사 단서에 대한 검증 등 수사 전반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