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일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공수여단과 해병대에 배속됐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170㎜ 자주포 등 추가 무기 수출 정황도 파악됐으며, 전쟁 중에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넘길 경우 한반도 군사 위협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 현안에 대해 이같이 보고했다고 이성권·박선원 여야 간사가 밝혔다. 국정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 대해 “병사 1만1,000여 명이 러시아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마치고 10월 하순경에 쿠르스크로 이동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 러시아군 간 치열한 교전이 이뤄지는 지역이다.
국정원은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 병사들에 대해 “현재 러시아의 공수여단이라든지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 및 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북한군이 최전선에 참여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 사상자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에 군수물자를 추가로 제공한 사실도 파악했다.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를 추가로 수출한 것이다. 국정원은 “러시아가 기존에 사용하지 않는 무기체계인 만큼 교육 등을 위해 별도의 북한군이 함께 파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 러시아의 북한 의존도가 커져 넘겨주지 말아야 할 (군사) 기술조차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조기 종전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0월 러시아를 방문한 것을 두고는 “흔들림 없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과시할 목적”이라며 “북러 간 전략적 협력 확대와 반미 연대 강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북러 간 군사교류가 활발해질수 있는 만큼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서 어떤 무기, 장비, 기술을 받아올지 밀착해서 주시하겠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 에이태큼스(ATACMS·미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 사용에 반발해 지난 19일 ‘핵무기 사용 원칙’(핵 교리)을 개정한 것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자신들이 핵을 사용하거나 핵전쟁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서방 세계가 너무 간단하게 생각한다고 보고 있다”며 “언제든지 핵 교리를 개정해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