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낮췄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내수 회복세도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하방 리스크)'이 크다고 평가했는데,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으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IMF 한국미션단이 20일 공개한 IMF-한국 연례협의(Article IV) 결과 발표문을 보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내다봤다. 10월 세계경제전망 때 발표한 2.5%에서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10월 발표 때는 반영되지 않았던 올 3분기 성장률(0.1%)이 반영된 탓도 있다. IMF는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도 0.2%포인트 낮춘 2.0%로 전망했다.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목표 수준인 2.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례협의는 회원국의 거시경제·재정·금융 등 경제상황 전반을 점검하는 회의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끈다.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을 평가하며 더 안 좋아질 가능성(하방 리스크)도 높다고 봤다. 주로 대외적 요인 탓이다. 라훌 아난드(Rahul Anand) 한국 미션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요 상대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고, 지정학적 긴장 관계도 고조될 수 있다"며 "중동사태가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서 가격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노믹스 2기'가 확정되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미국 내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후보자 시절 중국에 관세 60%를 부과해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경기가 나빠지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차 관세 전쟁'이 시작될 경우 한국 수출 규모가 적게는 연 142억6,000만 달러(약 20조 원)에서 많게는 347억4,000만 달러(약 49조 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난드 단장은 트럼프 리스크 관련 질문에 "당연히 미국 선거의 결과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이며, 내년 1월 20일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책이 발표됐을 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IMF의 해결책은 결국 '기본에 충실해라'였다.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한국의 경제 회복력을 높이려면 중장기적 경제 개혁에 힘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저출생·고령화 대응책을 비롯해 정부의 재정 여력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난드 단장은 "한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핵심"이라며 "고령화로 인한 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금제도 개혁, 재정 준칙 도입, 세입 확충, 지출 우선순위 조정 등 재정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MF는 금리인하도 주문했다. 아난드 단장은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적절하다"며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disorderly) 시장 상황을 방지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 관련 금융리스크의 취약 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