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발전과 주민 복리 증진 활동을 위한 구청장 업무추진비가 불투명하게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호한 기준과 허술한 증빙으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구정감시서울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은 업무추진비로 16억2,000여만 원을 사용했다. 이 중 약 72%(11억7,000여만 원)는 식사비였다. 간부들과의 현안 간담회, 직원 및 관계자 격려 명목이었다. 장소는 대부분 한우 전문점과 횟집 등 고가의 음식점에서 이뤄졌다. 양천구의 경우 지난해 1월 6명이 중국 음식점에서 총 44만2,000원을 지출했다. 1인당 7만 원 정도로 직장인 점심 한 끼 평균 비용(1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업무추진비 집행 관련 규칙 등을 통해 각종 회의나 간담회에서 참석자에게 제공하는 다과나 식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인당 5만 원 이하 범위에서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건당 지출이 50만 원을 넘길 경우 참석자의 성명과 소속, 주소 등을 기재해 사용 내역을 증빙해야 한다. 하지만 양천구나 영등포구의 경우 50만 원 이하의 동일한 금액을 여러 날짜에 걸쳐 각기 다른 음식점에서 썼다. '50만 원 증빙 기준'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이는 대목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따라 5만 원을 넘길 수 없는 축의금과 조의금 등 경조사비도 자치구마다 각각 다르게 집행되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현금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음에도 유관 기관 격려금 등으로 200만 원 이상을 현금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각 자치구의 주먹구구식 운용에도 이를 관리·제재할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 업무추진비 회계와 관련한 벌칙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아, 자체 감사가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구정감시서울네트워크 관계자는 "시민단체나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예산에는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면서 구청장 업무추진비는 느슨하게 집행한다"며 "주민 눈높이에 맞는 증빙 기준과 예산 편성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