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해저케이블 또 절단… 러시아 '하이브리드 전쟁' 의심

입력
2024.11.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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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핀란드' '리투아니아~스웨덴'
해저케이블 두 개 절단돼 작동 중단
독·핀 "러시아 하이브리드 전쟁" 주장

러시아 및 유럽 국가들이 연결돼 있는 발트해에서 해저케이블 두 개가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2년 이 해역에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해저 천연가스관' 폭발 사건이 발생한 뒤 또다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주요 기간시설이 파괴된 것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공작설'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발트해 인근 러 해군 활동 증가"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 로스토크항과 핀란드 헬싱키를 잇는 길이 1,200㎞ 해저케이블이 끊어져 이날 작동을 멈췄다. 리투아니아와 스웨덴 코틀란드섬을 연결하는 길이 218㎞ 해저케이블도 지난 17일부터 연결이 중단됐다. 두 해저케이블 간 거리는 약 100㎞다.

독일·핀란드 정부는 이 사건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군사 수단과 비군사 수단을 섞은 전쟁)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양국 외무부가 공동 성명을 내고 "유럽 안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뿐 아니라 악의적인 행위자들의 하이브리드 전쟁으로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다"며 '러시아 배후설'을 시사한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유럽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국가 기간시설에 온갖 파괴 공작을 저지르고 있다고 의심 중이다. 스웨덴·리투아니아 정부도 정확한 원인 조사를 촉구했다.

실제 이번 사건에 러시아가 개입한 것으로 볼 만한 정황도 있다. 최근 러시아 해군이 발트해 해저케이블 인근 순찰 함대 규모를 키웠다는 정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탓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해저 시설 파괴 공작을 우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 9월 나오기도 했다. 최근 발트해에서 수중 지진 등 이렇다 할 자연 재해가 없었던 점 또한 해저케이블이 인위적으로 파괴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나토, 발트해 감시 강화"

이 사건으로 발트해 유역 안보 우려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2022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뿐 아니라, 지난해 10월 중국 컨테이너선이 닻을 내린 채 이 해역을 항행하다가 해저케이블을 손상시키는 등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북해와 발트해에 설치된 수만 ㎞ 길이 해저케이블·파이프라인 감시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사건 관계국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해저케이블 수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핀란드~독일 해저케이블'은 북유럽과 중부 유럽을 직접 이어주는 유일한 통신선이었던 만큼 조속한 복구가 필수다. 현재 관계 통신 기업들은 우회 통신망을 활용해 네트워크를 복구했다. 해저케이블 수리는 통상 5~15일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