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 레이철 제글러(23)는 할리우드가 최근 배출한 새 별이다. 어려서부터 학교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로 데뷔했다. 주인공 마리아를 연기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제글러의 오디션을 본 후 그만한 적역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제글러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상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역대 최연소(21세) 수상 기록이었다.
□ 제글러는 최근 ‘설화’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6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한 직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됐다. 그는 “또 다른 4년간의 증오”가 예상된다며 트럼프에 대한 투표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깊고 깊은 병”으로 표현했다. 어렸을 적 인종차별을 경험한 그로서는 대선 결과에 흥분할 만도 했다. 제글러는 외조모가 콜롬비아계다. 하지만 F로 시작하는 욕설이 포함된 게 문제였다.
□ 보수 논객 메긴 켈리가 할리우드 유망주의 거친 표현을 놓칠 리 없다. 제글러는 내년 개봉 예정인 월트디즈니컴퍼니 영화 ‘백설공주’ 주연을 맡은 것으로 한 차례 도마에 오른 적이 있기도 하다. 그의 피부색이 논란거리였다. 켈리가 자신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제글러를 “돼지”라고 비방하며 “영화를 다시 찍어야 한다”고 맹공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켈리의 인신공격성 발언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냈고, 제글러는 끝내 사과했다.
□ 트럼프 당선으로 할리우드는 납작 엎드린 형국이다. 트럼프가 지상파 방송 ABC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월트디즈니컴퍼니로선 제글러의 반(反)트럼프 글에 화들짝 놀랐을 만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ABC를 보유하고 있다. 켈리는 배우 지나 카라노(42)가 제글러보다 백설공주에 더 적합하다는 말까지 했다. 카라노는 조 바이든 정부 시대 보수 진영을 나치 치하 유대인으로 비유했다가 디즈니플러스 인기 드라마 ‘만달로리안’에서 하차한 적이 있다. 제글러의 수난은 트럼프 2기에 더 치열하게 벌어질 문화 전쟁의 서막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