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와 전선이 필요 없는 ‘완전 매립형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가 개발됐다. 개발의 주역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장경인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팀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영전 책임연구원팀이다.
장 교수 팀에 따르면 기존 뇌신경 신호 기록기는 유선으로 전력과 신호를 주고 받거나 기록기에 배터리가 필요했다. 유선 장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지만 선 때문에 실험공간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배터리형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재수술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장 교수팀 등이 개발한 장치는 무선 전력 전송 기술과 무선통신으로 배터리나 전선 없이 무선으로 뇌에 삽입한 장치를 통해 영장류의 뇌신경신호를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다. 뇌 속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기록하고, 그 신호를 외부 수신기로 전송하는 데 필요한 전력은 무선 전력 전송방식으로 공급한다. 휴대폰 무선충전기를 충전기에 닿게 해야 하지만, 이 장치는 60㎝ 떨어진 곳에서도 전력을 보낼 수 있다. 상용화단계에선 전력공급과 수신기를 모자 형태로 만들어 쓰면 된다.
이 장치는 영장류의 본능적 행동 연구를 위한 뇌공학 플랫폼 기술의 일환으로, 인간과 유사한 비인간 영장류의 뇌와 행동 간 관계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뇌 심부 영역의 신경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3차원 다공성 전극과 유연한 신경 탐침, 생분해성 삽입 셔틀을 통해 안전하게 뇌에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뇌신경 회로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실제로 무선 뇌신경 기록기를 비인간 영장류인 실험용 원숭이의 뇌에 이식해 회복시킨 후, 한 달 동안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사료나 간식을 섭취하는 행동 중 뇌신경 신호를 성공적으로 측정했다.
장 교수는 이 기록기가 영장류 행동연구는 물론 어떤 약물을 투여했을 때 뇌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방법으로 신약 개발이나 마약성 약물 규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난치성 및 퇴행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전자약 기술의 전임상 시험에도 활용될 수 있다. 전자약은 최근 뇌질환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다. 뇌에 삽입한 장치를 통해 뇌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줌으로써 각종 뇌질환을 치료하는 기법이다.
장경인 교수는 “비인간 영장류가 신경 신호 기록기 이식 여부를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무선으로 뇌신경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전임상 시험과 임상 시험에도 범용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현재 의공학 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난치성 뇌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STEAM 연구사업(글로벌 융합 연구 지원)과 나노 및 소재기술 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바이오메디컬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11월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