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반환점을 돌아 B조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올해 마지막 A매치인 팔레스타인전도 승리,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중원을 압도하며 대표팀의 살림꾼으로 거듭난 황인범(페예노르트)의 역할이 더 커질 전망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전세기를 이용해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한 뒤 19일 오후 11시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전에 나선다. 당초 이번 경기는 팔레스타인의 홈경기로 치러야 하지만 전쟁 여파로 인해 중립지역인 요르단 암만에서 열리게 됐다.
한국은 지난 14일 쿠웨이트전을 3-1로 이겨 승점 3점을 챙기며 반환점을 돌았다. 팔레스타인과 1차전 무승부(0-0)를 시작으로 오만(3-1 승), 요르단(2-0 승), 이라크(3-2 승), 쿠웨이트까지 잇달아 격파, 4승 1무(승점 13)로 조 1위에 올랐다. 한국은 6차전 팔레스타인전을 승리로 장식해 중동 원정 2연전 전승은 물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위해 선두 자리를 굳히겠다는 의지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B조 6위(승점 2·2무 3패)로 꼴찌다.
무엇보다 중원을 장악한 황인범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황인범은 쿠웨이트전에서 오세훈(마치다 젤비아)의 선제골과 배준호(스토크시티)의 쐐기골로 2도움을 올리며 '플레이 메이커'로 거듭났다. 지난 9월 5일 팔레스타인과 1차전 당시만 해도 정우영(울산HD)과 짝을 이뤄 이렇다 할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홍 감독의 4-2-3-1 전술에서 중원 장악은 힘들어 보였고, 팔레스타인에 맥없이 뚫리며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오만과 2차전부터 발 맞춘 박용우(알 아인)와 합이 맞아가고 있다. 황인범은 공수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유지하며 홍명보호의 살림꾼으로 성장했다. 특히 쿠웨이트전에서 좌우를 오가며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득점 기회를 살렸고, 손흥민의 페널티킥을 얻어낸 과정에도 황인범의 패스가 작용하는 등 사실상 3골 모두 관여했다. 이날 패스성공률이 무려 92.4%로 물 오른 기량을 보이며 든든한 중원사령관으로서 면모를 드러냈다.
황인범의 가치는 '캡틴' 손흥민(토트넘)도 인정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영상에서 손흥민은 쿠웨이트전이 끝난 뒤 황인범을 토닥이며 "와, 오늘 진짜 지단이었다. 지단 영상을 봤는데 (황)인범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황인범을 '아트 사커'로 시대를 풍미했던 지네딘 지단과 비교하며 극찬한 것. 올 시즌 즈베즈다(세르비아)에서 페예노르트(네덜란드)로 옮긴 황인범의 진가는 현지 팬들이 먼저 알아봤다. 그를 향해 "김정은도 못 이긴다. 황인범이 페예노르트를 챔피언으로 만든다"는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고 있다.
아울러 공격진의 득점력도 물이 올랐다.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은 쿠웨이트전에서 스스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해 10월 A매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A매치 개인 통산 50호 골을 터뜨린 그는, 역대 남자 A매치 최다골 부문에서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팔레스타인전에서 골을 추가해 단독 2위로 올라설 기세다. 오세훈도 이라크전과 쿠웨이트전에 이어 3연속 골에 도전하며, 요르단전과 이라크전 연속 도움을 기록한 배준호는 쿠웨이트전 쐐기골에 이어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노리고 있다.
홍 감독도 쿠웨이트전에 앞서 라커룸에서 "우리한테 중요한 건 득점이다. 전부 다 득점할 수 있는 자신감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팔레스타인전을 마무리하면 내년 3월 홈에서 7, 8차전 2연전(오만·요르단)에 출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