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이름에 기업명을 함께 쓸 수 있는 권리인 병기권을 3개월 만에 되돌려 놓았다. 지역 대표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부(副) 역명을 차지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15일 서울교통공사에 성수역 이름 병기권을 반납하는 내용의 신청서를 냈다. 앞서 8월 올리브영은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역명 병기 판매사업 입찰에 참여해 10억 원을 내고 성수역 이름을 3년간 '성수(CJ올리브영)역'으로 표기하도록 낙찰받았다. 패션·뷰티 트렌드의 성지로 떠오른 성수를 거점으로 삼겠다는 취지였다. 실제 올리브영은 곧 성수역 인근에 최대 규모 매장 '올리브영N 성수'를 열 계획이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병기권을 자진 반납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낙찰 결과 발표 이후 지역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올리브영이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2호선 을지로입구(하나은행) 을지로4가(BC카드) 3호선 안국(현대건설) 4호선 신용산(아모레퍼시픽) 등 역명을 병기한 기업들은 모두 역 근처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역 터줏대감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올리브영 본사는 용산구 동자동으로 성수역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일각에선 “매장을 짓곤 있지만 입찰 당시 성수에 본사도 없는 기업이 부 역명을 차지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교통공사는 역명 병기 사업 입찰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역명 병기에 사용하려던 재원은 핵심 글로벌 상권인 성수 지역 활성화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리브영은 현재 성수역과 뚝섬역 일대에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올리브영은 병기권 반납에 따른 위약금 명목으로 1억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성수역 역명 병기권 재입찰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