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에도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에 나섰다. 지난 8일 이후 열흘 연속으로, 올해 들어 최장 기간 도발이다.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 이후 북한이 방공망 강화 훈련을 이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성동격서식으로 동쪽 전선을 노리거나 지난 5월처럼 여러 수단을 섞어 공격하는 하이브리드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군 당국은 이날 새벽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을 탐지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달 초 북한이 GPS 공격을 시작할 당시엔 북한 내륙을 포함해 서북도서 일대를 향해 GPS 교란 전파를 송출하다가 지난 14일 이후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등 접경지역 내륙 지역에서도 교란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3~5월에도 북한은 간헐적으로 GPS 교란 공격을 펼쳐왔지만, 10일 이상 이어진 것은 이례적으로 길다"면서 "북한이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 이후 방공망 강화 차원에서 자체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다른 의도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지난 5월 북한이 GPS 교란·오물 풍선 살포·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를 동시다발적으로 감행한 것에 비춰, 이번에도 추가적인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실제 앞서 5일 미국 대선에 맞춰 GPS 교란과 국방부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공격, SRBM 도발을 동시에 실시했다.
북한의 GPS 도발은 군 장비 운용이나 작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강도는 아니다. 다만 민간 항공기나 선박, 이동통신 기지국 등에는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북한의 GPS 교란 가능 거리는 100㎞ 수준으로, 교란 신호의 강도가 두 배가량 세졌다고 군 당국은 분석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북한의 GPS 교란 시도 및 장애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처음 GPS 공격을 시도한 2010년 8월 이후 크게 8차례의 GPS 공격을 시도했다. 이 중 4번이 올해 몰려있다. 교란 전파의 세기도 강해져, 첫 공격 당시 -60~-70dBm였으나, 지난 5월에는 -59~-123dBm로 훨씬 수치가 올라갔다. 최근 교란 신호 강도는 -81~-116dBm 수준으로 측정됐다.
교란 전파 발신지도 다양해졌다. 2010~12년 개성과 금강산 두 곳에 불과했으나 2016년 20대 총선을 겨냥해 실시한 GPS 도발 땐 황해남도 해주·연안, 강원도 평강이 더해졌고, 올해 들어선 황해남도 옹진·강령·청단, 황해북도 개풍이 추가됐다.
지금까지 북한의 GPS 도발로 장애가 발생한 기지국, 항공기, 선박(어선, 여객선, 군함 포함)은 총 7,270건이며, 올해만 1,963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올해 기지국 피해는 1곳에 불과한 반면 선박 1,157건, 항공기 805건의 장애를 겪었다.
정 의원은 "북한의 GPS 전파 교란은 단순한 도발을 넘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테러 행위"라면서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하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도발을 단호히 응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