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했다. 고금리가 여전한 가운데 환율이 치솟는 등 경기 변동성도 큰 상황이라 당분간 주택시장은 관망세 속에 하락 거래가 드문드문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달보다 0.0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올랐다가 연말까지 3개월 하락기를 거쳤다. 그러다 올 1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다 9월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하락기가 짧다 보니 서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해 10%, 올해는 누적으로 8% 올랐다. 실거래가지수는 시세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실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이다.
권역별로 은평·서대문·마포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이 0.9% 내려 하락률이 가장 컸다.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속한 동북권도 0.42% 하락했다. 강남 3구와 강동구가 속한 동남권은 0.86% 올랐지만, 전달(2.05%)에 견줘 상승률이 크게 줄었다. 용산 등이 포함된 도심권도 8월(2.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 상승에 그쳤다. 서울 강북지역부터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9월 실거래가지수가 보합(상승률 0%)을 기록, 1월부터 시작된 상승세를 멈췄다. 인천(0.4%)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전달(0.69%)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이런 영향으로 수도권 실거래가지수 역시 9개월 만에 보합을 기록했다. 다만 지방은 0.2% 올랐고 이 영향으로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0.09% 상승했다.
매수심리도 위축되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월(82.8)부터 8월(104.2)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리다 9월부터 꺾여 지난달엔 101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대출 규제 직전인 8월만 해도 6,474건을 기록했지만 9월(3,089건)부터 급격히 꺾였고, 11월 거래량은 이날 기준 465건에 그친다.
이는 9월부터 당국이 새 대출 규제를 도입하는 등 시중의 돈줄을 죈 영향이 크다. 여기에 고금리·고환율로 경기 역시 침체 기미를 보이자 수요자가 대거 관망세로 돌아섰다. 서울은 10월에도 실거래가지수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말까지 신고된 매매계약 건으로 산출한 10월 실거래가지수 잠정지수는 서울이 0.36%, 전국은 0.06%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서울 마포구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짧은 하락기를 거친 뒤 다시 상승하는 경험을 한 터라 정말 급하지 않은 이상 호가를 잘 안 내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서울 주택시장은 거래가 뜸한 상황에서 약보합을 이어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