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파격 인선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장관으로 '백신 음모론자'를 지명하는가 하면, 법무부 차관에는 개인 변호사를, 보훈장관으로는 자신을 적극 감싸온 '충신' 정치인을 기용했다. 정책 경험을 갖춘 전문가보다는 '충성파'로 2기 행정부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지명 소식을 알렸다.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 계열 정치 명문가 케네디 가문 출신이다. 큰아버지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아버지는 1968년 민주당 대선 경선 중 암살된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이다. 본인도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지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다. 그러다 지난 8월 후보직을 사퇴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보은 인사인 셈이다.
그러나 환경 변호사 출신인 케네디 주니어는 의학·공중 보건 관련 정규 교육을 이수한 적 없는 '비전문가'일 뿐 아니라, 현대 의학을 불신하는 보건계의 '이단아'다. 백신 음모론이 대표적이다. 케네디는 대선 출마 전까지 반(反)백신 단체 '칠드런스 헬스 디펜스'를 이끌었으며, 코로나19는 물론 홍역·독감 등의 백신 접종도 반대해 왔다.
대체의학 신봉자의 면모도 있다. 그는 미 식품의약국(FDA) 방침과 달리 △저온살균하지 않은 생우유 △코로나19 치료용 이버멕틴(기생충 감염 치료 약물) △자폐증 치료용 킬레이션(중금속 중독 치료 요법) 등을 옹호한다고 NYT는 짚었다.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케네디 주니어는 10년 전 뉴욕을 떠들썩하게 한 '센트럴파크 곰 사체 유기' 사건이 로드킬 당한 곰 사체를 먹으려고 가져 온 자신의 소행이었다고 최근 밝혔다. 과거 고래 사체 머리를 잘라온 일화, 통째로 구운 개를 먹었다는 의혹으로도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NYT는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마저도 케네디 주니어를 인준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재향군인 복지를 담당하는 보훈부 장관에 더그 콜린스 전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콜린스는 종군목사(군목) 출신으로 이라크 파병 경험도 있다. 2013년부터 조지아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으나 2020년 선거 때 낙선했다.
발탁 사유는 트럼프에 대한 강한 충성심으로 보인다. 콜린스는 2020년 초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트럼프 첫 탄핵 재판, 같은 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의회 조사에서 트럼프를 적극 변호했다.
법무부 차관에는 트럼프 개인 변호사 토드 블랜치가 지명됐다. 지난해부터 트럼프를 대리해 온 블랜치는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 등에서 수석변호인을 맡았다.
블랜치 지명은 전날 법무부 장관으로 초강경 극우파 맷 게이츠 하원의원을 선택한 데 이은 파격 인사다. 트럼프 2기 내내 법무부를 확실한 통제 아래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장·차관은 인사청문회와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데, 두 사람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만큼 인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