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對)한반도 외교의 무게 추가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동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기존 대사보다 무게감 있는 인사를 주(駐)한국 대사로 보내려 하는 등 최근 들어 유화적 제스처를 잇따라 발신하는 반면, 러시아 지원을 위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이후 악화한 북중 관계는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흐름에서다.
14일 서울과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표를 4개월째 공석 상태였던 주한 중국대사로 내정했다. 중국은 그동안 부국장 내지 국장급 수준의 외교관을 주한대사로 파견해 왔다. 전임 싱하이밍 전 대사도 외교부 본부에서 국장을 지내지 못한 채 한국에 부임했다는 점에서 '국장급'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다이 부대표는 '차관보에 가까운 국장급'으로 분류된다. 그는 중국의 외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프리카사장(아프리카국장)을 지냈다. 또 각국 유엔 차석 대표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급에 속한다. '차관급'인 왕야쥔 주북한 중국 대사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남북 간 격차'는 줄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1일 한국인 입국자 비자 면제 조치도 발표했다. 한중 간 비자 면제 조치에 대한 구체적 협상조차 없던 상황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던진 유화책이었다. 아울러 중국은 14~21일 페루와 브라질에서 각각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무대에서 한중 간 양자 정상회담을 '비중 있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당시 양국이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사전에 확정하지도 못했던 때와 비교하면, 중국의 대화 의지가 부쩍 강해진 셈이다.
북중 관계 악화에 따른 외교 영향력을 한중 관계로 상쇄하겠다는 게 중국의 새로운 한반도 외교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 간 전략적 연대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상된 반면, 중국은 북한과 이렇다 할 고위급 만남을 피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를 '북중 우호의 해'로 지정해 놓고도 양국은 폐막식조차 열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유럽 전쟁에 참전한 북한과 거리를 두고, 대신 한중 관계를 강화해 한반도에 대한 외교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4년'이 또 한 번 예고된 데 대한 대비 차원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귀환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들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은 △인도와의 국경 분쟁 합의(10월)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9월) △호주·뉴질랜드 비자 면제 조치(6월) 등 한국 이외의 미국 우방국들에도 유화책을 던져 왔다.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미국의 동맹주의가 약화할 것으로 판단, 미국과 동맹국 간 틈새를 더 벌리겠다는 게 중국의 속내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