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의류 문화로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그린루프의 도전

입력
2024.11.18 14:00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생긴 국내 의류 폐기물은 11만 톤에 달한다. 총 탄소 배출량의 10%가 패션 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유엔(UN)의 분석처럼, 너무 많이 만들고 쉽게 버려지는 의류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소상공인이 있다. 그린루프의 한강진 대표는 빈티지 의류 문화를 주도, ESG 경영에 앞장서고자 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의류 자원 순환으로 폐의류가 만든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그린루프의 대표 한강진입니다. LG, SK에서 ESG 관련 업무를 맡았었고, 지금은 그린루프를 설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요?

“대학을 중심으로 빈티지 의류 문화를 만들어 의류 자원을 순환하고자 합니다. 거리에 방치되다시피 한 의류 수거함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 전자 의류 수거함으로 대체하여 의류 수거 시장의 무너진 질서를 바로 세우고 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에 다닐 때 (의류)폐기물과 관련한 국책 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류 수거 실태를 그대로 마주하게 된 계기였어요. 한국은 패스트 패션 유행을 기반으로 새 옷을 소비하는 문화가 강력해요. 빈티지 의류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무척 떨어져 있어, 몇 번 입은 옷이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은 전 세계 5위 의류 폐기물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도 떠안고 있죠. 그래서 헌 옷들을 빈티지 의류로 판매, 폐기하기 아까운 의류들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기존 헌 옷들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요?

“수출이라는 미명 하에 (헌 옷이) 개발도상국에 버려지고 있습니다. 5~10% 정도만 해외에서 재사용되고, 나머지는 방치돼 (옷 쓰레기)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소가 풀 대신 옷을 뜯어먹을 정도라고 해요. 국내에서는 유명 브랜드 의류를 위주로 재판매가 이뤄지긴 하나, 신발이나 가방 같은 잡화류는 폐기물로 분류돼 수출 대상이 아닙니다. 그냥 버려지는 거죠.”

그렇다면, 그린루프는 어떠한 솔루션을 제안하나요.

“그린루프는 재판매하는 의류와 소비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명확한 순환 전략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로 대학을 중심으로 의류를 수거, 이른바 ‘MZ-ECO’ 세대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는 전략입니다. 중고 거래가 익숙한 세대이므로 자연스레 빈티지 의류 문화를 형성하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그간 신경쓰지 못한 영역이었던 잡화류를 순환하는 일입니다. 그린루프는 의류 뿐 아니라 구두, 가방 등도 수거해 90% 이상을 재순환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잉여 의류에 새 가치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그래도 주인을 찾지 못해 남는 의류나 잡화류는 잘게 갈아 건축 자재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공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했나요?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고 시장과 빈티지 의류 시장을 분석하며 시장을 파악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패션 기업에 폐기 비용을 책정하는 규제가 생기는 것을 보며 (사업)기회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의류 수출업체를 운영하며, 사람들의 가치관이 기존 기부나 폐기 문화에서 중고 거래를 통한 경제적 가치 마련으로 옮겨가는 것을 파악하며 빈티지 의류 시장에 승산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확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서울, 경인 지역 대학가를 중심으로 의류 수거망을 만들고 있습니다. 체육대회나 축제 등 학내 행사에서 플리마켓, 의류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참여 문화를 구축하며 홍보에 나섰고요. 앞으로는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 의류를 수거해 국내에서 순환시키는 한편, 해외 수출 역시 순환이 가능한 양품을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의류 수거함으로 전국 의류 수거량과 순환량을 측정, 국가 차원의 ESG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리는 환경오염을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의류는 초록색 수거함에 넣기만 하면 어딘가 에서 재사용될 거란 믿음을 갖고 있었어요.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처럼 별도의 과정을 더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만이 답은 아닙니다. 문화를 만드는 캠페인 활동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나아집니다. 구제 의류를 멋지게 입는 것만으로도 자원순환 활동에 큰 힘이 됩니다.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의류 자원 순환 운동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조금 더 나은 지구를 물려줍시다. 감사합니다.”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