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똘똘 "'라스' 출연, 게이들에게 힘 되고자 결심" (인터뷰)

입력
2024.11.15 10:44
'31만 구독자' 유튜버 김똘똘 단독 인터뷰
연예계에 나타난 신흥 핫게이
응원 댓글 보며 영향력 체감, 방송 출연 결심한 이유
"'라스' 출연으로 희망 메시지 전하고파"

유튜버 김똘똘이 '홍석천의 보석함' 속 진정한 보석이 됐다. '홍석천의 보석함' 단발성 출연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고정 출연 자리를 꿰찬 김똘똘이 이제 예능가에서도 기지개를 켜면서 홍석천의 뒤를 이을 활약을 예고했다.

수년 전부터 혜성처럼 등장한 'MZ 게이' 김똘똘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책임감으로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유튜브에서 각종 웹예능을 섭렵, 넷플릭스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지상파 토크쇼 '라디오스타'까지 출격한 김똘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김똘똘은 지난 2016년 유튜브를 시작해 이름을 알렸다. 2023년 MBC '세치혀', Mnet '아찔한 소개팅 Z', MBC 에브리원 '피리부는 여행사' 등에 출연했다. 그를 가장 대표하는 웹예능은 홍석천의 유튜브 채널 '홍석천의 보석함'이다. 메인 MC인 홍석천 옆에서 김똘똘은 보조 진행을 맡아 유쾌한 입담을 펼쳤다. 방송인 홍석천의 후발주자가 드디어 나타났다는 점에서 김똘똘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다. 2000년 커밍아웃을 하고 연예인 1호 게이로 활동 중인 홍석천의 후임이 지금에서야 등장했다는 것에 대해 여전히 대한민국이 개방적이지 못하다는 아쉬움 섞인 반응도 있지만 지금 김똘똘이 홍석천의 배턴을 받은 것처럼 또 다른 성소수자 예능 캐릭터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똘똘은 자신의 정체성을 일찍 알게 된 계기와 커밍아웃을 하게 된 이유, 군대 비하인드 등 인간 김똘똘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김똘똘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상파 토크쇼 출연 및 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먼저 김똘똘은 "과거 ''세치혀'에도 나갔지만 '라디오스타' 출연은 제겐 지상파 메인 예능에 나가는 등용문 같은 느낌이다. 가족들이 '라디오스타'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그만큼 '라디오스타'는 대중에게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제겐 자랑거리가 됐다"라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석천이 형 이후 동성애자, 오픈 게이의 '라디오스타' 출연이 처음이다. 그래서 제겐 의미가 있다"라고 짚었다. 다만 김똘똘은 방송 출연, 또 지금의 행보에 대한 고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김똘똘은 "24년 전 석천이 형이 커밍아웃을 한 후 어떻게 연예계에서 한 명도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을까. 태국 같은 경우 최근 동성 결혼 합법화가 됐다. 셀러브리티들이 대동단결을 해서 먼저 커밍아웃 물결을 이루며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 대중,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항상 게이들이 음지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처럼) 유튜버가 활동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저희의 인권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사실 김똘똘의 꿈은 연예인이나 방송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연예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한 가지 때문이다. 김똘똘이 크리에이터로 유명세를 얻은 후 느낀 책임감이다. "사실 연예인을 꿈꾸진 않았어요. 크리에이터로 유명해지고 게이 커뮤니티 대변자다 보니까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영향력을 느꼈죠. 그래서 '라디오스타'에 더더욱 나가보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석천이 형 이후 동성애자라는 오픈 게이의 출연이 처음이잖아요."

부담감과 책임감에 짓눌릴 법도 하지만 김똘똘은 자신의 콘텐츠를 보며 힘을 얻는 이들을 떠올리며 더욱 힘을 내는 중이다. "구독자가 늘면서 자기를 꽁꽁 숨기는 친구들이 저로 하여금 용기를 얻었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아요. 실제로 제 주변에도 스스로를 감추고 부정하고 사는 친구들이 있어요. 본인의 사적인 성 지향성을 숨기고 산다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잖아요. 저는 스스로의 취향을 어렸을 때부터 받아들이고 세상 무서울 것이 없지만 많은 친구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워해요. 그런 친구들이 제게 본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해요. 특히 청소년들이 제 영상 보면서 힐링한다는 연락이 많이 와요."

과거 즐겁게 콘텐츠를 공개하며 유튜버 활동을 만끽했다면 지금은 자신의 말과 영향력을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똘똘은 "어느 순간부터 제 말 한마디가 성소수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고 더 조심히, 행동을 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이들에게 더 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라디오스타'에서 김똘똘은 성소수자라는 특징을 포함, 인간 김똘똘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특히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하게 된 계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많은 이들의 응원을 자아냈다. 이를 두고 김똘똘은 "부모님 이야기는 저의 사적인 영역이지만 방송에서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보는 이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화목해졌다. 희망의 메시지를 넌지시 전하고 싶었다"라고 짚었다.

물론 늘 김똘똘을 응원하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전히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힌 김똘똘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일부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저 역시 갈등을 피하고 싶고 싸우기 싫다"라면서 "우리나라는 현재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의 출연을 선택한 MBC도 큰 결심을 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상영이 되는 것이 변화하는 운동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바뀔 것이라고 본다.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앞당겨질 수 있겠지만. 언젠가 우리나라도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면서 밝은 미래를 꿈꿨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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