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해, 가짜 뉴스 아니야?" "아아악!"
15일 오후 3시 3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 더민주혁신회의가 주최한 '민주당 대표 응원' 집회에서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초경찰서 앞 횡단보도까지 200m 가까이 늘어선 지지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10분 전까지 '질풍가도' 노래에 흥겹게 손팻말을 흔들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집회 분위기는 마치 찬물이라도 쏟은 것처럼 금세 가라앉았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경북 포항에서 왔다는 장현옥(44)씨는 "정치적 살인이나 다름 없다"라면서 울먹였다.
같은 시각 보수 단체들이 모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은 참가자들이 나팔을 불고 꽹가리를 치는 등 축제 현장을 방불케 했다. 사회자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나왔다"고 전하자 약 1,000명에 달하는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와~"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재명 구속" 구호를 외치며 만세 삼창을 하는가 하면, 곳곳에선 "기분 좋다" "끝났다"는 환호가 나왔다. 블랙핑크 소속 로제의 노래 '아파트'에 맞춰 춤추던 김옥자(70)씨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그런 선고가 날 줄 알았다"면서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분위기가 격화하면서 소동도 잇따랐다. 오후 2시 18분쯤 이 대표가 발언을 끝내고 법원에 들어가는 도중 청사 입구에서 한 남성이 공중에 신발을 투척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경찰은 폭행 혐의로 이 남성을 현행범 체포했다. 선고 후 집회 현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인파가 법원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이들과 뒤섞여 경찰이 이를 통제하려하자 한 장년 남성이 "경찰 너도 보수당이냐" "징역 1년이란다, XX"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16일 광화문광장 배경으로 한 양쪽의 '세 대결'도 예고됐다. 이 대표 지지 집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은 친민주당계 유튜버 '제이컴퍼니'는 "법원은 유죄를 때렸지만 이재명은 무죄다"라고 크게 외쳤다. "주말에 100만 명이 모여서 윤석열을 탄핵하자"고 외치면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웠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역시 "징역형은 여기 계신 애국동지 여러분의 성원 덕분이다"라면서 "이 기세 몰아서 내일 광화문 오후 3시에 모이자"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경찰은 양측 충돌에 대비해 현장에 40개 중대 약 2,500명을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