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택배 상·하차나 방송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명하고 있어요.”
송지연(46) 전국언론노조 TBS지부장은 두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한 TBS 직원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는 라디오 채널 두 개(FM 95.1㎒, eFM 101.3㎒)와 TV 채널(TBS TV) 등 총 3개 채널을 운영하는 지역 공영 방송사다. 하지만 개국 34년 만에 폐국 위기에 처해 직원 3분의 1 이상이 회사를 떠났고, 방송도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다.
TBS에 존폐 위기가 닥친 건 편파 방송 시비 때문이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후 ‘김어준의 뉴스공장’(2016~2022년 방송)과 주진우 전 기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진행한 프로그램 등이 '좌편향'이라는 비판에 힘이 실렸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2년 11월 서울시가 TBS를 지원하는 근거가 되는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6월부터는 서울시가 TBS에 지원하던 출연금(연간 약 300억 원·TBS 재정의 70%) 지급이 전면 중단됐고, 행정안전부는 9월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에서 해제했다. 김어준씨 등이 떠난 뒤에 벌어진 일이다.
TBS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요구해온 민영화도 시도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기부금 유치를 위해 정관을 변경하려 했지만 결정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 중 4명이 공석인) 1인 체제라 안건 심의·의결이 불가능하다”며 두 번 연속 정관 변경 신청을 반려했다. 송지연 지부장은 “TBS가 이대로 사라진다면 전두환 정권 언론통폐합 이후 권력에 의해 방송사가 사라지는 최초의 사례”라며 “당시 사라진 TBC(동양방송)는 민영방송이었고, 공영방송 폐국은 역사상 최초”라고 말했다.
계속된 위기에 직원 360명 중 130여 명이 최근 1년간 퇴사했다. 남은 230여 명 중 60명은 이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60명은 단시간 근로로 근무형태를 바꿨다. 이들은 생계 유지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임금이 30~40% 삭감됐고, 9월부터는 이마저도 끊겼다. 송 지부장은 “서울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콘텐츠, 소외된 이웃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콘텐츠 등 (TBS가 만들어온) 다양한 콘텐츠들은 다 묻히고 프로그램 몇 개의 편파성 논란으로 이런 상황까지 치달은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TBS 폐업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슬프다”고도 했다.
TBS 채널은 음악과 재방송만 내보내고 있다. FM 95.1㎒에서만 외부 협찬을 받은 프로그램 세 개가 방송 중이고, 나머지 두 채널에선 재방송만 튼다. 내년 1월부터는 건물 임대료와 송출료를 감당하지 못해 재방송도 끊길 수 있다. 다음 달 방통위의 라디오 주파수 재허가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송 지부장은 마지막까지 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우리 스스로 주파수를 반납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버티고 버텨서 건물에서 쫓겨나는 날까지, 끝까지 방송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