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성노예 아니었다" 日 극우단체와 손잡고 유엔에 의견서 낸 한국인

입력
2024.11.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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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맞불 집회' '소녀상 철거 챌린지' 이어
유엔에 서한 보낸 김병헌 위안부법폐지 대표
유엔 불수용… "역사 왜곡 우려 키운다" 지적

위안부가 일본군 피해자가 아니라 자발적 매춘자라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폈던 극우 활동가가 올해 8월 국제기구 유엔에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활동가는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를 상대로 '맞불 집회'를 열거나 전국 위안부 소녀상에 철거 문구가 적힌 마스크 등을 씌우는 '챌린지'도 진행해왔다.

"위안부 문제 다루지 말 것" 유엔에 의견서 발송

4일 한국일보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통해 확보한 문건 등에 따르면,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겸 국가교과서연구소장은 8월 일본 극우단체 '나데시코 액션'과 협업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나데시코 액션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혐한 단체로, 오랫동안 위안부 규탄 활동을 이어왔다.

이들이 제출한 문건에는 위안소를 이용하던 일본 군인들은 성관계를 대가로 돈을 지불했고, 당시 국가 기관의 승인을 받아 운영된 합법적인 성매매였기 때문에 위안부가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노예'가 아닌 매춘부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정의연 주장의 핵심은 일본군에 의한 강제동원, 일본군 성노예제, 일본군 전쟁범죄의 희생자라는 신념이지만, 이러한 신념 중 어느 것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며 위원회에 다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지 말라고 촉구했다.

일본 군인들을 위안부 보호 주체로 암시하는 대목도 있었다. 이들은 "(고객 중) 군인을 식별하기 위해 부대원 중에서 두 명의 군인을 선발해 정기적으로 위안소에 머물게 했고, 헌병은 질서 유지를 위해 위안소를 순찰했다"며 "위안부들은 군의 보호 아래 매춘부로 일했다"고 서술했다.


의견서 불수용됐지만... 국제로 번진 역사왜곡

그러나 유엔은 이 의견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원회는 최근 나데시코 액션 측에 김 대표 등이 작성한 의견서 내용을 반려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의 여성 정책을 심사한 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배상 청구 등 피해자들의 권리 보장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재차 권고했다. 위원회는 협약 당사국에 4년마다 여성 차별과 관련된 과제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권고 이행사항에 대해 국제 심의를 받도록 한다. 일본에 대한 대면 심사는 2016년 3월 이후 8년 만에 열렸는데 당시에 이어 이번에도 진실과 정의, 배상을 요구하는 위안부 희생자들의 권리 보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본보와 통화에서 "유엔이 기존 입장을 번복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위안부 문제는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라 진실을 밝히기 위해 뭐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활동을 계속 이어갈 뜻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비록 유엔이 수용하진 않았지만 위안부에 대한 극단적 주장을 담은 의견서가 국제기구 공식 창구까지 도달한 건 역사왜곡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지난달 9일 유엔 회의에서 나온 일본 대표의 '위안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란 발언에 대해서도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며 "외교부 등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시정 조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