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애플 아이폰16에 이어 구글 신형 스마트폰의 자국 내 판매를 금지했다. 해당 제품이 자국산 부품을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인도네시아가 소비력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에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산업부는 “구글이 스마트폰 ‘픽셀9’에 인도네시아산 부품 사용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우리가 요구한 계획을 충족하지 않는 한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당국은 앞으로 상점들이 픽셀9을 판매하다가 적발될 경우 제재하고, 현지 통신 사업자에 등록할 수 없도록 픽셀 식별 번호를 비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현지 정부가 지난달 26일 애플의 아이폰16 판매를 금지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인도네시아는 당시에도 애플이 자국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공식 웹사이트와 해외 구매를 모두 차단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에서 제조된 부품 비중이 40%를 넘지 않는 스마트폰에는 국내부품수준증명서(TKDN)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해당 사안을 지키기 어렵다면 인도네시아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부품 4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을 투자하면 된다.
구글은 두 가지 조건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 애플의 경우 1조7,100억 루피아(약 1,500억 원)를 들여 인도네시아에 개발자 아카데미에 해당하는 연구 개발 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까지 애플이 약속한 투자액이 모두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를 중단시켰다.
이 같은 조치는 인도네시아 새 행정부가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의 현지 투자를 독촉하는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8,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국민 절반은 2030 세대인 ‘젊은 나라’이기도 하다. 현지 활성 휴대폰 수는 인구수보다 많은 3억5,000만 대에 달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놓칠 수 없는 거대 시장인 만큼, 인도네시아 정부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애플과 구글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중국 샤오미 등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 지침에 일부 현지인들은 해외 직접 구매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 산업부는 “지난달 전 세계에서 아이폰16이 판매된 이후 지금까지 9,000여 대가 항공편 승객 짐을 통해 인도네시아로 반입됐다”며 “본인 사용 용도로 들여오는 것은 가능하지만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고, 적발 시 비활성화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