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태산’.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큰 것이 된다는 유명한 속담인데요. 특히 자산관리에 너무 잘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급쟁이로 불리는 대다수 근로자들은 각자 소득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산을 모으는 것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충분한 소득이 있다면 자산을 모으기가 쉬울 것 같지만 의외로 씀씀이가 커져 생각보다 자산이 잘 모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남들보다 좀 적은 소득일지라도 일정비율을 꾸준하게 저축하고 투자하는 자산관리가 중요한 것입니다. 최대한 빨리 종잣돈을 만들고, 그 종잣돈을 잘 운용해가다가 돈이 돈을 벌어오는 수준에 도달하면 자산만으로도 적지 않은 소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 상위 근로자 가구들을 분석해보면 전체 소득에서 재산소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위 1~10%까지 근로자 가구의 현황분석을 통해 월급쟁이가 부자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들을 찾아보겠습니다.
먼저 상위 근로자 가구의 자산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기준 상용근로자 가구 순자산 상위 10% 커트라인은 약 10억5,000만 원입니다. 1% 커트라인은 약 27억 원, 최상위 0.1% 가구 순자산은 약 62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자영업자 가구는 상위 10% 11억 원, 1% 40억 원, 0.1% 102억 원으로 근로자 가구 대비 전반적으로 우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상위 10% 근처에서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가구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상위로 올라갈수록 순자산 차이가 벌어지면서 자영업자 대비 근로자 가구 자산증가에 한계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근로자의 경우 주된 직장에서 은퇴 등 소득활동 기간에 제한이 주요 원인인 것 같습니다. 자영업자는 은퇴시점(나이)에 대한 제한을 덜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활동 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자산증식에 유리한 구조라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근로자 가구가 경제활동 기간에 적극적인 자산관리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순자산이 27억 원인 근로자 상위 1% 가구 안에만 들어도 충분히 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법칙1에 따라 매년 1억 원 정도 사용해도 문제없으니 살아가는 동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4% 법칙은 매년 인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자산이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자산규모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자산구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위 10% 근로자 가구 자산구성을 살펴보면 금융자산이 23.2%,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76.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위 1% 기준으로는 평균 총자산 약 46억 원(순자산 42억 원) 중 금융자산 20.7%, 실물자산 79.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총자산 30억 원을 가정해도 금융자산이 6억~7억 원으로 10억 원이 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상위 10% 가구가 희망하는 평균 은퇴생활비(월 483만 원, 부부 2인)에 해당하는 현금흐름을 만들려면 15억 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10억 원으로 만들 수 있는 현금흐름은 연 4,000만 원 정도이니 은퇴 후에도 부자라고 자신감을 가지기에 어렵게 느껴집니다. 한편 상위 10% 근로자가구 부동산 구성은 거주주택 42.3%, 거주 이외 부동산이 32.3%를 차지하고 있어, 수익형 부동산으로 추가 현금흐름을 만들어 낸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수도권에 사는 경우라면 거주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니 은퇴 전 금융자산 확보가 더욱 중요합니다.
상위 10% 근로자 가구의 72.1%가 부채를 사용하고 있지만 평균 자산(21억8,000만 원) 대비 평균 부채(2억7,000만 원) 비율은 12.3%로 안정된 구조입니다. 상위 1% 가구는 부채비율이 9.9%로 더욱 안정적인 수준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부채는 적당한 시점에 적절하게 사용하면 자산증대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자산을 감소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산의 일정비율을 넘어서는 무리한 대출은 절대 금물입니다. 부채사용도 자산관리의 습관입니다. 빨리 자산을 늘리고 싶어 대출을 일으켜 무리하게 투자하기보다는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자산관리를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결혼 직후 30대 초반을 제외하고 총자산의 10% 이상 부채를 가진 적이 없습니다. 비교적 많은 부채를 가진 당시에도 20%를 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생애에 걸쳐 자산관리를 하다 보면 다양한 기회와 위기가 찾아옵니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채비율을 적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방법이 장기적인 자산관리에도 훨씬 나은 결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다음 여유자금 발생 시 주된 운용방법을 보면 상위 10% 근로자 가구의 경우 저축이나 금융투자를 하겠다는 비중(54.4%)이 전체 평균(45.9%)보다 높습니다. 반면 부동산 구입이나 부채상환을 하겠다는 비중은 전체 평균보다 낮게 나타납니다.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방법을 살펴보면 역시 예금에 대한 선호도(73.5%)가 가장 높아 보수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전체 근로자 평균(85.6%)보다는 낮고, 주식·펀드의 경우 23.1%로 전체 평균(12.0%)에 2배 가까이 선호하고 있습니다. 연금·보험 등의 운용방법에 대해서는 전체 평균과 마찬가지로 낮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투자 시 고려사항으로 안전성(60.9%)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으나 수익성(31.1%)은 전체 평균(22.6%)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금융투자에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과거 성장기와 달리 안전자산만으로 자산증대에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장기투자, 분산투자 등 투자원칙을 지키며 수익성을 더 적극적으로 제고하는 투자에 나설 때입니다. 특히 경제활동기에 퇴직연금(DC·IRP)이나 연금저축 등을 통해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해간다면 희망하는 은퇴자산을 쌓을 수 있습니다.
상위 1% 근로자 가구의 연간소득은 약 3억 원으로 이 중 근로소득은 2억 원이 조금 넘고 재산소득은 평균 5,714만 원입니다. 상위 10% 근로자 가구 평균과 비교해보면 연간소득 1억8,700만 원, 이 중 근로소득은 1억5,000만 원에 조금 못 미치고, 평균 재산소득은 2,566만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근로소득에서는 1.5배 정도 차이가 나고, 재산소득에서 2.2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1차적으로는 많은 근로소득이 자산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소득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모습입니다. 한편 상위 10% 근로자 가구는 처분가능소득 중 6,055만 원(44.6%)을 소비지출하고, 7,536만 원(55.4%)의 저축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월평균 500만 원 정도 지출하고 있는 셈인데 상위 1% 가구로 올라가면 소비지출은 월 700만 원 정도로 더 많아집니다. 은퇴 후 근로소득이 중단되는 경우 연금 등 별도 노후자산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재산소득이 충분해야 은퇴 후 생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부자로 가는 길은 경제활동 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 재산소득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자산을 축적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과거 한 방송에서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하던 개그가 생각납니다. 자산관리를 오랫동안 실천해 온 입장으로써 이 의견에 분명 반대합니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겠다는 정신으로 자산관리를 실천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