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이하의 사망원인 1위는 '손상'이고, 75세 이상 손상 환자 10명 중 7명은 추락·낙상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상은 질병을 제외한 각종 사고, 재해, 중독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상 문제와 후유증을 뜻한다.
31일 질병관리청이 국내 손상 관련 통계자료를 분석한 '손상 발생 현황: 손상 팩트북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근 1년간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손상 경험자는 288만 명, 손상으로 입원한 환자는 114만 명이었다. 손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2020년과 2021년 연간 2만6,000명 수준에서 2022년 2만7,000명, 지난해 2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손상으로 인한 응급실(23곳) 내원 환자도 지난해 20만3,285명으로 2022년(19만3,384명) 대비 5.1% 늘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20만6,887명)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질병청은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단계적 일상 회복을 거치면서 외부 활동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손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54.4명으로 암(116.7명·24.2%) 심장질환(64.8명·9.4%) 폐렴(57.5명·8.3%)에 이어 네 번째(7.9%)로 많았다. 특히 0~14세(23%), 15~24세(68.3%), 25~34세(60.7%), 35~44세(38.9%) 등 44세 이하 연령층에서는 사망원인 1위가 손상이었다.
2022년 기준 손상으로 입원한 환자 절반(49.7%)은 추락·낙상이 원인이었는데, 75세 이상 손상 입원 환자의 경우 그 비율이 71.3%까지 올라갔다. 119구급대가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한 중증 외상 환자 중에서도 추락·낙상 비율은 40.5%로 높았다. 그중 61.3%는 사망했고 생존 환자 72.8%는 장애를 갖게 됐다. 75세 이상 고령 환자의 경우 추락·낙상으로 인한 중증 외상 발생률은 38.6%로 비교적 낮지만 70.1%가 사망하고 85.8%에서 장애가 발생하는 등 후유증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손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자해·자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2.4%에서 지난해 4.9%로 8년 새 2배 증가했다. 자해·자살로 입원한 환자 79.3%와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61.9%의 손상 이유는 중독이었다. 특히 15~24세 중독 환자 88.7%가 자해·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고, 여성 비율이 79.5%로 남성(20.5%)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올해는 처음으로 개인형 이동장치 및 직업 손상에 대한 간이조사도 진행됐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손상 환자는 1,258명인데, 연령대별로는 15~25세가 40.4%로 가장 많았다. 4명 중 3명(75%)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고, 18.3%는 운전면허 미취득자였다. 질병청은 '개인형 이동장치 손상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을 개발해 내년에 국가손상정보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배포할 예정이다.
직업 손상 환자는 같은 기간 907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55~64세가 30.7%로 다수를 차지했다. 주로 제조업(33.4%)과 건설업(29.2%)에서 직업 손상이 발생했다. 직업 손상 환자 13.2%는 최근 1년간 안전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답했고, 17.6%는 손상 당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손상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 만큼 생애주기별·분야별 특성을 고려해 효과적인 예방관리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