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인공지능 서버 ②플래그십 모바일…'항공모함' 삼성전자는 지금 방향 트는 중

입력
2024.11.01 04:30
18면
3분기 반도체 매출 29.3조·영업이익 3.9조 원
HBM3E 엔비디아 4분기 공급 기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방향을 돌리는 항공모함 같다.
재계 관계자


최근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공개 사과문을 냈던 삼성전자가 31일 사업 부문별 성적표를 공개했다. 3분기(7~9월) 세부 실적과 콘퍼런스콜(전화회의) 내용을 요약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항공모함의 방향을 돌리는 중이다. 엔진을 열심히 가동해도 부력을 거슬러 거대한 선체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3분기가 그 시기라는 말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전사 영업이익 9조1,800억 원 중 반도체사업(DS·디바이스솔루션)에서 3조8,600억 원을 냈다고 알렸다. 시장 전망치인 영업이익 4조2,000억~5조3,000억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사 매출 79조1,000억 원 중 DS 매출은 29조2,700억 원이었다.

최근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서버 수요가 강세를 보인 반면 모바일은 주요 스마트폰 업체의 재고 조정으로 약세를 보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됐다. 여기에 중국의 레거시(범용) 반도체 생산이 급증하며 가격이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돈줄이었던 레거시 사업 규모를 축소하며 재고를 줄이고 제조 시설을 AI 서버, 초고가 플래그십 모바일에 적합한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전체 HBM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며 "HBM3E의 매출 비중은 3분기에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으며 4분기(10~12월)에는 50%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10% 이상 올랐지만 반도체 설계를 맡은 시스템LSI와 파운더리(반도체 위탁제조) 사업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면서 반도체 사업 전체 영업이익을 깎아먹었다. 회사는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 고환율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더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수를 감안하면 3분기 메모리 사업은 7조 원대 영업이익을 본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연말 임원 인사에 업계 촉각

다만 삼성전자 반도체 항공모함이 언제쯤 시장이 바라는 곳까지 방향을 다 옮길지 지켜봐야 한다. 김 부사장은 "현재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 퀄(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구공정 기반의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저전력(LP)DDR4 비중을 줄이고 서버향 128기가바이트(GB) 이상 DDR5 모듈 등 하이엔드 제품의 비중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수요처별로 실적 양극화가 이어지고 세트 사업 약세로 4분기 반도체 사업의 성장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제야' 본격 방향 전환에 나선 DS부문의 핵심 보직 상당수가 올 연말 인사에서 큰 폭으로 물갈이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직후 낸 사과문에서 "위기의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 있다"며 인사 개편을 예고했다.

한편 가전을 제외한 모바일과 전장(電裝·자동차 내 전자장치), 디스플레이 등 다른 사업군도 지난해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스마트폰·TV 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44조9,900억 원, 영업이익 3조3,7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7% 낮았다.

디스플레이사업(SDC)은 매출 8조 원, 영업이익 1조5,100억 원을, 자회사 하만은 매출 3조5,300억 원, 영업이익 3,600억 원을 기록했다. 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22.2% 줄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