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항상 앞서가는 음악을 해야 해.”
최근 평전 ‘청춘 조용필’을 펴낸 홍성규 작가는 ‘가왕’ 조용필을 16년간 취재하며 여러 차례 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홍 작가는 “처음 만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신념이 지켜지고 있다는 게 굉장히 놀랍다”고 했다. 이달 22일 11년 만에 새 앨범 ‘20’을 발표하면서 조용필이 자신의 56년 음악 인생을 정리한 한 단어도 ‘도전’이었다.
조용필은 1980년 정규 1집 발표 후 40여 년간 정상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는 가요계 유일무이한 존재다. 70대의 나이에 전 세대의 관심을 받는 음악을 발표하는 예도 드물다. 2013년에 낸 19집 ‘Hello’는 수록곡 ‘바운스’ ‘헬로’의 연이은 히트와 함께 호평을 받았다. 20집에 대한 평가는 현재로선 다소 엇갈린다. '앞서가는 음악'에 대한 거장의 도전을 바라보는 대중음악평론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0'에는 2022년과 지난해 발표한 4곡과 신곡 3곡이 담겼다. 7곡은 영미권의 전형적인 팝 록 장르를 지향한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연상된다는 감상평도 있다. 임희윤 평론가는 “명반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수작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곡의 사운드나 가창의 디테일이 훌륭하다”고 평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최근 1980~1990년대의 영향을 받은 팝 록 음악이 많은 세계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타이밍’을 가장 인상적인 수록곡으로 꼽으며 “리듬과 선율이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라고 평했다. 임 평론가는 ‘왜’를 호평하며 “7박과 4박을 오가는 변박, 프로그레시브 록의 요소, 조용필의 절창, 미니멀하지만 촘촘한 편곡 등이 잘 조립된 완성도 높은 곡”이라고 평가했다.
조용필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치에 비하면 아쉽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김학선 평론가는 “‘헬로’는 새로운 시도라는 신선함 때문에 과대평가를 받았다고 보는데 이번 앨범이 그보다는 괜찮다”면서도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면서 "그다지 젊고 세련된 음악은 아니어서 젊은 세대에게 즉각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조용필의 창법과 목소리는 영미권의 팝 록 사운드보다는 동시대 감각의 성인 가요, 즉 어덜트 컨템퍼러리 장르와 더 어울렸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김학선 평론가는 “조용필의 음색이 지금 하는 음악과는 합일점을 찾지 못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도 “무난한 완성도의 앨범이지만 조용필의 매력이 잘 발휘된 앨범은 아니다”라면서 “’꿈’이나 ‘그 겨울의 찻집’ 같은 성인 가요를 했으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작곡가와 소통하며 곡을 완성한 것이 아니라 음악 퍼블리싱(출판) 회사들이 보유한 곡 중에 골라 앨범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한 국내 작곡가는 없고 미국, 영국, 스웨덴 등에서 활동하는 작곡가들이 협업, 분업하는, 요즘 K팝이 사용하는 ‘송캠프’ 방식으로 쓴 곡으로 채웠다. 이에 대해 김도헌 평론가는 “송캠프 방식을 택했다면, 조용필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작곡가와 작업했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했고, 김학선 평론가는 “그런 방식으로 어떤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