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 3국 국가안보실장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은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5일(현지시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 파병에 따른 러시아·북한 간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 대응 방안을 포함해 밀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이날 워싱턴 주미국 한국대사관에서 워싱턴 특파원단 대상 간담회를 열어 “워싱턴 방문 첫날인 어제(24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간 양자 협의를 가졌다”며 이렇게 전했다. 다만 신 실장은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미가 파악한 현 상황은 북한 병력이 러시아 동부 지역에서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단계다. 그 다음은 이 병력들이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실제 전선에 투입되는 단계인데, 이때 시나리오가 나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예컨대 바로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배치될 수 있지만 후방 지역에서 다른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에 투입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계는 더 잘게 구분될 수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후방 임무도 기지 경계나 군수 배분 지원 등 비전투 임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다시 이 병력이 전투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북한이 파병 대가로 받을 수 있는 반대급부도 여러 가지다. 이 관계자는 “북한 병력까지 대규모로 가게 되면 반대급부가 없을 수 없고, 6월 (북·러) 조약 때 이야기한 기술 이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위성 기술이라든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 북한이 부족하고 늘 요청하는 재래식 전력, 즉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방어하는 방공 관련 군사 기술이나 북한이 뒤떨어지는 항공기 기술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이런 단계와 반대급부에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 관계자는 “(기술 이전 등의) 정도가 확인되는 대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실장은 아울러 설리번 보좌관과 “최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한 헌법 개정 암시, 남북 연결 도로 및 철도 폭파, 계속적인 오물 풍선 살포 같은 무분별한 회색 지대 도발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철통같은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유지하며 접경 지대를 포함한 북한의 어떤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양측은 협의에서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를 계속 발전시키기로 하는 한편,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타결에 대해 한미 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수용 가능하고 합리적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신 실장은 설명했다.
신 실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결과도 일부 공개했다. 그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중요한 의제로 논의됐다며 “한미일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현 상황 평가에 3국 간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특히 북한 파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는 데 의견이 일치됐다”며 “3국은 북러 간 군사적 밀착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하고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긴밀한 공조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과 대통령실에 따르면 신 실장, 설리번 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등 3국 안보실장은 이날 회의 뒤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배치하고 그 병력을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와 북한을 상대로 “러시아의 잔혹하고 불법적인 전쟁의 안보 함의를 유럽을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확산시키기만 하는 이런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병력이 3,000명을 넘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군의 일부가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될 가능성이 어쩌면 크다고까지 말하겠다”며 “다만 무슨 역할이나 용도로 배치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