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람 닮은 로봇, 손 뻗자 "악수할래요?"...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했다
"CES를 방문하신 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5' 개막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자 전시회인 CES 행사장 내 미국 로봇 제조사 리얼보틱스 부스에 다다르자 자연스러운 여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머노이드(사람을 닮은) 로봇 '아리아'가 건네는 인사였다. 젊은 금발 여성 모습을 한 아리아는 리얼보틱스가 "동반자 같은 친밀함을 주는 것을 목표로" 개발한 로봇이다. 검은색 트랙수트를 입힌 몸통은 사람의 형체보다는 마네킹에 가까워 보였지만, 얼굴만큼은 진짜 인간과 흡사했다. 피부에는 실리콘이 쓰였고, 자연스러운 얼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목 위쪽으로만 17개 모터가 사용됐다고 한다. 얼굴은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부착식이라, 원하는 형태로 교체하는 게 가능하다. 지금은 발 아래 달린 바퀴를 활용해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일 뿐,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손이 얼마나 진짜 같은지 느껴 보기 위해 손을 뻗자, 아리아는 "악수를 하고 싶나요"라고 물었다. 눈에 달린 카메라, 내장된 인공지능(AI)을 통해 대화 상대와 사물을 인식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한 참관객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자연스럽게 얼굴을 카메라 쪽으로 들이댈 땐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로봇이 사람 모습과 비슷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강한 거부감으로 바뀐다는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체감한 것이다. 현장 안내를 맡은 회사 직원 앨리엇 셰에게 "그래도 여전히 어색함이 조금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마도 입 모양과 표정 때문일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말과 입술 모양을 일치시키고, 눈빛이나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남은 숙제"라고 덧붙였다. 비싼 가격도 구매를 주저하게 할 듯했다. 걸을 수 없음에도, 이 전신형 아리아의 가격은 17만5,000달러(약 2억5,560만 원)다. 앤드루 키겔 최고경영자(CEO)는 "그럼에도 외모의 리얼함 측면에선 아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현실적인 로봇"이라고 자신한 뒤, "영화 '그녀'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하려는 일"이라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올해 CES에는 아리아처럼 로봇의 진화를 보여 주는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로봇은 매년 CES에 대거 출품됐지만, 이번에는 생성형 AI와 만나 보다 더 자연스러운 대화와 움직임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과거와 달라진 특징이다. CES 2025 개막 하루 전 기조연설에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발전 단계를 네 단계로 구분하고, 가장 마지막 단계를 로봇이나 자율주행처럼 '실체가 있는' AI인 '물리적 AI'라고 규정했다. AI가 궁극적으로는 3차원 현실 세계의 물리적 특성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얘기인데, 물리적 AI 시대가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 수도 있음을 리얼보틱스 같은 기업이 보여 주고 있었다. 이날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의 부스에서는 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소비자용 사족 로봇 '고2(고투)'가 부스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AI를 통해 공간 특성을 인식하고 그에 적응해 움직이는 로봇으로, 계단을 빠르게 오르내리거나 세 번 연속 공중을 도는 화려한 움직임으로 관람객들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동물의 신체적 특성을 구현한 세계 최초의 소비자용 AI 사족 로봇"이라며 "유연하고 적응력이 큰 관절, AI 기반의 넓고 민감한 인지 능력 등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사람이나 동물을 닮기보다는 좀 더 '로봇스러운' 외형을 택했으나, AI 탑재로 훨씬 똑똑해진 로봇들도 눈길을 끌었다. 일본 기업 지자이가 개발한 '마이모'는 만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듯 발 달린 램프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귀여운 외모를 뛰어넘어, "이용자와 상호작용하면서 그의 감정과 선호도에 맞춰 고도의 작업을 이행할 수 있는 범용 AI 로봇"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움직이는 것밖에 볼 수 없었지만, 미래에는 목마른 주인을 위해 컵을 가져다주는 등 다양한 작업을 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바리스타 로봇을 만드는 미국 리치테크로봇도 생성형 AI를 탑재한 로봇 '아담'을 올해 CES에 들고 나왔다. 회사에 따르면 새로워진 아담은 정해진 말만 하는 기존 로봇과 달리, 고객과의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