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에도 '유급 전임자'... 민간 절반 수준 '타임오프' 보장

입력
2024.10.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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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공약이었던 '공무원 타임오프'
노조 '민간 90%' vs 정부 '30%' 줄다리기에
결국 51% 수준으로 결정...공노총에선 반발
한도 다 쓸 경우 예산 200억 중반대로 예상

정부와 노동계가 4개월간 논의 끝에 공무원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를 민간 기업 대비 절반 수준으로 합의했다. 앞으로 상당수 정부 부처에서 월급 받는 노조 전임자가 한두 명씩 활동하게 될 전망이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2일 '공무원 근무시간면제 심의위원회(근면위)'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공무원 타임오프 한도를 최종 의결했다. 타임오프란 노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노조 전임자의 노사교섭 등 활동을 유급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이전에는 민간기업, 공기업 노조에만 적용됐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공무원·교원 노조까지 확대했다.

공무원 타임오프 한도는 조합원 규모에 따라 8개 구간으로 나눠 연간 1,000시간부터 2만8,000시간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공무원 노조 중 70%가량이 해당되는 '조합원 300명 이상 699명 이하'와 '700명 이상 1,299명 이하'는 각각 연간 2,000시간과 4,000시간이 부여된다. 국내 1인당 연간 근로시간(2022년 1,901시간)에 비춰 노조 전임자를 한두 명 둘 수 있는 정도다. 아울러 국가직 공무원 노조에 대해선 인사혁신처장이 정부와의 교섭 등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연간 6,000시간 내에서 타임오프 한도를 추가로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공무원·교원 노조의 타임오프 도입은 노동계의 숙원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었다. 2022년 5월 공무원·교원노조법 개정안 통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1년 반 뒤인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다. 다만 세부사항은 경사노위에서 정하도록 했는데, 올해 초 근면위 구성을 놓고 노정 간 이견이 커 반년 가까이 논의가 표류하다 6월 재개됐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공무원 타임오프 한도 의결은 지난해 말 사회적 대화 복원 이후 상호 간 논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첫 노사 합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교원 타임오프 논의도 현재 막바지 단계다.

공무원 타임오프 한도는 구간별 차이는 있지만, 민간기업 대비 평균 51% 수준에서 결정됐다. 한도 논의 과정에서 공무원 노조는 민간 대비 90% 수준을, 사용자인 정부는 30%를 주장해왔다. 이날 발표에 앞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공무원 노조에 온전하게 타임오프를 부여하지 않은 정부를 규탄한다"며 항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경호 근면위 위원장은 이날 의결 후 브리핑에서 "한도가 너무 많으면 국민 입장에서 거부감이 있고 너무 적으면 공무원 노사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어 적정선에서 의견 접근을 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공무원 노조가 타임오프 한도를 모두 채울 경우 200억 원대 중반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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