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폭리 취해도 도로공사는 뒷짐

입력
2024.10.21 15:00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도공 장학금 지출보다 고위직 연봉이 더 높아
비수도권 휴게소 91% 야간영업 차질 지적에
함진규 도공 사장 "외국인 인력 활용 권고"

일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더 비싼 값에 기름을 파는 건 물론 자격 미달 수준인 최하위 등급을 받고도 버젓이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는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 국정감사에서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도공이 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일유통이 운영하는 춘천(부산 방향), 강천산(광주 방향), 강천산(대구 방향) 알뜰주유소의 유류판매가격이 리터(L)당 최대 271원, 경유는 L당 최대 297원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원일유통의 사주는 휴게소사업자 모임인 (사)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장을 지낸 정모씨다. 특히 정씨가 운영하는 휴게소는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지만 퇴출되지 않았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2년 연속 서비스 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계약 해지 절차를 밟는다. 이 같은 지적에 함진규 도공 사장은 "지난달 엄중 경고를 한 데 이어 최근엔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도공이 교통사고 희생자 가족 지원을 위해 세운 길사랑장학사업단의 운영 문제도 지적됐다. 재단은 재단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공으로부터 편의점, 하이패스 판매 등 독점점 영업권을 받아 자체 수익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 60억 원, 영업이익 8억 원을 거뒀지만, 정작 장학사업에 쓴 돈은 2억 원으로 사장과 전무의 연봉 총액이 2억8,000만 원으로 더 많다. 사장이 출퇴근 기록 관리 없이 연 25일의 휴가를 보장받고 시간강사로 겸직한 사례도 발견됐다.

비수도권 고속도로 휴게소는 야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아 수도권과 서비스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비수도권 휴게소는 91%가 구인난으로 밤 9시 이후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같은 통행료를 내는 만큼 비수도권에서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에 함 사장은 "구인난이 심한 비수도권에선 그런 현상이 있다"며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도록 권장 중"이라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한 개인이 1년 동안 통행료를 841번 미납하는 등 최근 5년간 고속도로 통행료 미납액이 361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하자, 함 사장은 "수납률 제고를 위해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도 "국회에서 법만 만들어 주면 번호판 영치가 가장 강력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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