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사 조작 증거 있다"… 공천개입 의혹 규명할 강혜경의 '입'

입력
2024.10.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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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전 회계책임자 21일 법사위 출석
김건희 공천 개입 키맨 중 첫 공개 석상에
여론조사 조작, 창원 산단 등 증거 제시 예정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키맨'이 국회에 처음 출석한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를 지낸 강혜경씨다. 그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주장을 반박하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예고해왔다. 강씨가 21일 국정감사에서 ①여론조사 조작 의혹 ②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 지정 관련 명씨 관여 의혹 ③미래한국연구소 소유주의 실체에 대해 어떤 증언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의 향배가 좌우될 전망이다.

의혹①: 尹 경선 여론조사 조작일까, 보정일까

우선 명씨가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강씨가 공개한 통화 녹취에는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근무하던 강씨에게 특정 연령대의 응답자 수를 부풀리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명씨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 당선을 위한 '조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일부 잘못 나온 수치에 대한 '보정'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씨 측은 "(강씨는) 명씨의 지시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던 당사자로서 조작인지 보정인지는 본인이 잘 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한 녹취 외에도 "관련 증거가 더 있다"며 국감장에서 폭로를 예고한 상태다. 강씨 측 노영희 변호사는 지난 19일 유튜브에서 "(여론조사가) 조작이라는 증거를 강씨가 가지고 있으니 월요일 국감을 꼭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김 여사나 윤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증거가 나온다면 그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다.


의혹②: 창원국가산단 지정에 명태균 개입?

명씨가 창원국가산단 선정 결과를 사전에 입수한 경위를 놓고도 의혹이 난무하다. 정부 공식 발표는 지난해 3월 15일이지만, 명씨는 하루 전 강씨에게 전화해 관련 홍보물을 제작할 것을 지시했다. 명씨가 이미 구체적인 예정지까지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권 개입 가능성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심지어 명씨 측근은 그보다 한참 전인 지난해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산단 정보를 공유하고 다녔는데, 당시 공유된 입지가 최종 예정지와 같은 위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명씨가 대통령 내외와의 인맥을 통해 정보를 미리 입수했거나, 혹은 윤 대통령이 창원국가산단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 때부터 명씨가 개입했을 것으로도 의심된다. 명씨는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발표 하루 전날 김 전 의원이 '잘될 것'이라며 귀띔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부인했지만, 강씨 측에선 명씨의 개입으로 예정지가 변경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변호사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예정지를 A에서 B로 바꾸는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혹③: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 정체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을 위해 81차례 불법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지목된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를 두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명씨가 수차례 "본인과 관련 없는 업체"라고 주장했지만 강씨는 현 소장인 김모씨는 '바지사장'이며 명씨가 실소유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국감장에서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명씨가 실소유주로 밝혀질 경우, 불법 여론조사 의혹 외에 국민의힘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이 1억2,000만 원의 여론조사 비용을 충당한 의혹까지 더해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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