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종 판단을 앞두고 내부 '레드팀'(아군을 공격하는 가상 적군) 회의를 열었다. 재판에 넘길 정도(기소)의 증거나 진술이 부족하다는 게 수사팀 결론인데, 이 판단을 공개하기 전에 외부의 시선으로 관련 의혹을 최종적으로 검토한 것이다. 수사팀은 이르면 17일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16일 네 명의 차장검사, 선임 부장검사, 일부 평검사 등 15명이 참석하는 레드팀 회의를 열고 김 여사 처분 관련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의 잠정 결론을 점검했다. 수사팀의 사건 쟁점 및 처분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회의 참석자들이 수사팀의 판단 과정 및 증거·진술 등에 대해 질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그간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사건 재판 과정에서 적어도 방조범으로 처벌하려면 '미필적으로나마 주가조작 행위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본인 계좌를 맡기거나 직접 이상매매주문을 한 정황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정황을 알았다고 볼 만한 상태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일당과 연락을 주고받은 증거도,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진술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회장 등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손모씨에 대해 △주가조작 2차 주포(총괄기획자) 김모씨가 손씨에 직접 주식 수급 요청을 한 연락 내역 △"내가 도이치 주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손씨도) 안다"는 김씨 진술 △손씨가 직접 고가매수를 하거나, 주가 하락 상황에서도 김씨를 통해 자금 융통을 받는 대신 주식을 팔지 않은 정황 등을 유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재판 등에서 드러난 사실을 보면,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들이 몇 가지 있다. 2010년 11월 1일 2차 주포 김씨가 김 여사 계좌 관리자에게 '주당 3,300원에 8만 주 매도' 지시를 내린 지 7초 만에, 김 여사 계좌에서 이 지시대로 매도 주문이 이뤄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해당 거래를 김 여사 계좌가 이용된 통정매매(담합해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로 판단했고, 1·2심 재판부도 이를 수긍했다. 김 여사는 이 매매에 대해 "독자적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1차 주포' 이모씨 등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거액을 맡긴 점 역시 의심을 거둘 수 없게 한다.
검찰은 이런 의혹들이 포함된 레드팀의 지적과 비판 등을 검토한 뒤, 이르면 17일 범죄 혐의가 없어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불기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지금까지 수년간 수사를 끌다가 이제서야 불기소하는 이유,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