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팀' 검토 마친 검찰... 도이치 사건 김 여사 처분 임박

입력
2024.10.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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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방조 혐의 증거부족 판단
이르면 17일 무혐의로 종결 전망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종 판단을 앞두고 내부 '레드팀'(아군을 공격하는 가상 적군) 회의를 열었다. 재판에 넘길 정도(기소)의 증거나 진술이 부족하다는 게 수사팀 결론인데, 이 판단을 공개하기 전에 외부의 시선으로 관련 의혹을 최종적으로 검토한 것이다. 수사팀은 이르면 17일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16일 네 명의 차장검사, 선임 부장검사, 일부 평검사 등 15명이 참석하는 레드팀 회의를 열고 김 여사 처분 관련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의 잠정 결론을 점검했다. 수사팀의 사건 쟁점 및 처분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회의 참석자들이 수사팀의 판단 과정 및 증거·진술 등에 대해 질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그간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사건 재판 과정에서 적어도 방조범으로 처벌하려면 '미필적으로나마 주가조작 행위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본인 계좌를 맡기거나 직접 이상매매주문을 한 정황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정황을 알았다고 볼 만한 상태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일당과 연락을 주고받은 증거도,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진술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회장 등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손모씨에 대해 △주가조작 2차 주포(총괄기획자) 김모씨가 손씨에 직접 주식 수급 요청을 한 연락 내역 △"내가 도이치 주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손씨도) 안다"는 김씨 진술 △손씨가 직접 고가매수를 하거나, 주가 하락 상황에서도 김씨를 통해 자금 융통을 받는 대신 주식을 팔지 않은 정황 등을 유죄 판단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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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등에서 드러난 사실을 보면,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들이 몇 가지 있다. 2010년 11월 1일 2차 주포 김씨가 김 여사 계좌 관리자에게 '주당 3,300원에 8만 주 매도' 지시를 내린 지 7초 만에, 김 여사 계좌에서 이 지시대로 매도 주문이 이뤄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해당 거래를 김 여사 계좌가 이용된 통정매매(담합해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로 판단했고, 1·2심 재판부도 이를 수긍했다. 김 여사는 이 매매에 대해 "독자적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1차 주포' 이모씨 등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거액을 맡긴 점 역시 의심을 거둘 수 없게 한다.

검찰은 이런 의혹들이 포함된 레드팀의 지적과 비판 등을 검토한 뒤, 이르면 17일 범죄 혐의가 없어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불기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지금까지 수년간 수사를 끌다가 이제서야 불기소하는 이유,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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