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린이' 황동재vs'엘린이' 임찬규...어린이 팬 출신 어깨에 달린 PO 3차전

입력
2024.10.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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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 삼성, 2패 LG 17일 잠실서 3차전
'삼성 왕조' 봤던 황동재, 꿈의 PS 첫 출격
'2002년 KS 패배' 봤던 임찬규, 설욕 다짐

3경기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이냐, 플레이오프 탈락이냐는 삼성과 LG 어린이 팬 출신 투수들의 어깨에 달렸다.

두 팀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PO 3차전 선발투수로 '삼린이'(삼성 어린이 팬) 황동재와 '엘린이'(LG 어린이 팬) 임찬규를 각각 예고했다. 삼성은 안방 대구에서 1, 2차전을 쓸어 담아 1경기만 더 이기면 2015년 이후 한국시리즈에 오르고, 적지에서 내리 진 LG는 벼랑 끝에 몰렸다.

선발 무게감은 황동재가 임찬규에 비해 떨어지지만 부담감이 훨씬 적다. 대구 경북고를 졸업하고 2020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황동재는 올해 15경기에 나가 1승 2패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 선발로는 6차례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99로 약간 더 나은 성적을 냈으며, LG를 상대로는 1차례 구원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외국인 에이스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빠져 선발진에 합류한 황동재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2010년대 초반 대구 시민구장에서 '삼성 왕조'가 세워진 현장을 어린이 팬 신분으로 직접 지켜봤다는 그는 "초등학교 때 포스트시즌 경기를 많이 봤다"며 "당시 오승환 선배의 공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PO는 엔트리에서 빠진 오승환의 몫까지 던질 계획이라는 황동재는 "오승환 선배가 '내가 없어도 잘해라'는 말을 해줬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며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팀을 위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임찬규의 어깨는 무겁다. 1, 2차전 선발 최원태와 손주영이 모두 무너졌기 때문에 임찬규는 LG의 마지막 보루다. 올해 '가을 야구 징크스'를 털어낸 그는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했다. KT와 준플레이오프 때 1차전 패배 후 2차전 선발 투수로 나가 5.1이닝 2실점(1자책) 호투로 선발승을 따냈고, 최종 5차전 승부에서도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겨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다만 임찬규는 올해 삼성을 상대로 재미를 못 봤다. 정규시즌 성적(10승 6패 평균자책점 3.83)과 비교하면 삼성전(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22)에 약했다. 그러나 '가을 야구'에서 22년 만에 LG와 삼성이 만났다는 자체만으로 의욕을 불사르고 있다.

엘린이 시절이었던 2002년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졌던 아픔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서다. 그는 "어렸을 때 삼성한테 졌던 한국시리즈가 생각난다"며 "이번에 그 패배를 설욕해서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차전 도중 도루를 하던 과정에서 무릎 인대를 다친 구자욱(삼성)은 16일 부상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삼성은 주장이자 간판타자인 구자욱이 2박 3일간의 응급 치료를 받고 19일 이후 경기에 출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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